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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생각은 하나였다. ‘대선 승리’라는 목표를 달성했으니 자신의 임무는 끝났다는 것. 당선인의 주위에 머물며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안 위원장과 김 본부장은 대선 승리의 일등 공신이었다. 안 위원장의 당의 선명성을, 김 본부장은 단합과 선거 전략을 이끈 핵심인물 이었다. 논공행상에서 가장 높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서둘러 떠났다.
두 사람의 진심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눈 앞의 공을 앞세워 당선인의 인선에 영향을 미치는 일만은 확실히 피하게 된 것 만은 분명해 보인다. 대통령의 첫 인사는 그 정권의 운명을 점쳐볼 수 있는 시금석이다. 이런 중차대한 결정에 두 거물들이 작은 공을 앞세우지 않겠다는 선언 만으로도 당에 큰 힘이 됐다.
18대 대선 못지 않게 치열하게 펼쳐졌던 프로야구 10구단 선정 작업이 수원-KT의 판정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제 구단주 총회 승인만 받으면 프로야구 10번째 주인으로 ‘수원-KT호’가 출범하게 된다.
수원과 KT의유치 성공 뒤에는 적지 않은 야구인들의 공이 숨어 있었다. 야구인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책임 있는 정책을 이끌어 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 또한 효과적인 언론 홍보력을 보이며 KT 대세론을 만드는데도 영향력을 미쳤다. 야구계에선 벌써부터 이들이 향후 KT의 행보에 단단히 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사를 거창하게 정치 이야기로 시작했던 이유다.
야구 현장에 대한 해박한 이해와 폭 넓은 인간관계 등, KT를 도왔던 야구인들의 힘은 여전히 필요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아니면 안되는 것은 아니다. 의도적으로라도 창단 작업에서는 객관성을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신생팀을 위하는 진짜 의리이기 때문이다.
몇년 전 9구단에 관련 된 뉴스에 한 야구관계자가 언급된 적이 있었다. 그가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그는 한동안 정상적인 업무를 보지 못했다. 한 자리 해보려는 사람들의 연락이 직.간접적으로 끊이지 않고 계속됐기 때문이다. 그 관계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내가 마치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KT가 만들어 갈 10구단은 한국 야구의 희망이다. 단순히 한 구단이 더해지는 의미를 넘어 보다 넓은 선수 자원 확보와 인프라 확충의 사명을 안고 있다. 양적 성장에 이은 질적 성자은 한국 야구를 더욱 살찌우게 하는 밑거름이 될 거라는 기대가 높다.
하지만 KT에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처음부터 대단한 성적을 기대하지는 않겠지만 경기력이 크게 떨어질 경우 단박에 천덕꾸러기가 될 수 있다. 특히 구단 확충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었던 이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될 것이다. 당장 1군 첫해 부터 만만찮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지금의 환영은 한순간에 외면이 될 위험성이 내포돼 있다. 김경문 NC감독이 “첫해 부터 목표는 4강”이라며 만만찮은 각오를 다지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 해석할 수 있다.
KT가 흥분을 빨리 접고 튼실한 팀 구성을 위한 전략을 짜야 하는 이유다. 그 중심엔 당연히 인사가 있다.
그저 감독 한명 뽑는 문제가 아니다. 그 어느 팀보다 수준 높은 코칭 스태프를 구성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선수의 기량은 다른 팀에 떨어질 것이다. 그 차이를 빠르게 메꾸려면 분야별로 최고의 선생을 모셔와야 한다. 사적인 인연이나 거래가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
코치만이 아니다. 현장을 효율적으로 도울 수 있는 경험 많은 프런트 구성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들 역시 능력 위주의 인선이 이뤄져야 한다. KT에 지금 중요한 건 오직 단기간에 팀을 강하게 만들 수 있는 전략과 하나된 마음 뿐이다.
수원과 KT를 지원한 야구인들의 순수함까지 의심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전까지의 한 마디와 지금부터의 한 마디는 전혀 무게감이 다르다는 것 만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야구 발전을 위해 내디딘 순수한 발걸음에 행여라도 때가 묻지 않도록 더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진심 담긴 행보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