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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구단, 야구인 백의종군이 필요한 이유

정철우 기자I 2013.01.12 09:11:11
지난 7일 도곡동 한국야구위원회에서 이석채(왼쪽 두번째부터) KT 회장과 염채영 수원시장이 10구단 유치 창단 신청서를 양해영 KBO 사무총장에게 전달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지난해 12월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자 뉴스의 중심에 있던 두 명의 거물이 갑자기 사라졌다.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이 주인공이었다.

이들의 생각은 하나였다. ‘대선 승리’라는 목표를 달성했으니 자신의 임무는 끝났다는 것. 당선인의 주위에 머물며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안 위원장과 김 본부장은 대선 승리의 일등 공신이었다. 안 위원장의 당의 선명성을, 김 본부장은 단합과 선거 전략을 이끈 핵심인물 이었다. 논공행상에서 가장 높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서둘러 떠났다.

두 사람의 진심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눈 앞의 공을 앞세워 당선인의 인선에 영향을 미치는 일만은 확실히 피하게 된 것 만은 분명해 보인다. 대통령의 첫 인사는 그 정권의 운명을 점쳐볼 수 있는 시금석이다. 이런 중차대한 결정에 두 거물들이 작은 공을 앞세우지 않겠다는 선언 만으로도 당에 큰 힘이 됐다.

18대 대선 못지 않게 치열하게 펼쳐졌던 프로야구 10구단 선정 작업이 수원-KT의 판정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제 구단주 총회 승인만 받으면 프로야구 10번째 주인으로 ‘수원-KT호’가 출범하게 된다.

수원과 KT의유치 성공 뒤에는 적지 않은 야구인들의 공이 숨어 있었다. 야구인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책임 있는 정책을 이끌어 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 또한 효과적인 언론 홍보력을 보이며 KT 대세론을 만드는데도 영향력을 미쳤다. 야구계에선 벌써부터 이들이 향후 KT의 행보에 단단히 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사를 거창하게 정치 이야기로 시작했던 이유다.

야구 현장에 대한 해박한 이해와 폭 넓은 인간관계 등, KT를 도왔던 야구인들의 힘은 여전히 필요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아니면 안되는 것은 아니다. 의도적으로라도 창단 작업에서는 객관성을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신생팀을 위하는 진짜 의리이기 때문이다.

몇년 전 9구단에 관련 된 뉴스에 한 야구관계자가 언급된 적이 있었다. 그가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그는 한동안 정상적인 업무를 보지 못했다. 한 자리 해보려는 사람들의 연락이 직.간접적으로 끊이지 않고 계속됐기 때문이다. 그 관계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내가 마치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KT가 만들어 갈 10구단은 한국 야구의 희망이다. 단순히 한 구단이 더해지는 의미를 넘어 보다 넓은 선수 자원 확보와 인프라 확충의 사명을 안고 있다. 양적 성장에 이은 질적 성자은 한국 야구를 더욱 살찌우게 하는 밑거름이 될 거라는 기대가 높다.

하지만 KT에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처음부터 대단한 성적을 기대하지는 않겠지만 경기력이 크게 떨어질 경우 단박에 천덕꾸러기가 될 수 있다. 특히 구단 확충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었던 이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될 것이다. 당장 1군 첫해 부터 만만찮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지금의 환영은 한순간에 외면이 될 위험성이 내포돼 있다. 김경문 NC감독이 “첫해 부터 목표는 4강”이라며 만만찮은 각오를 다지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 해석할 수 있다.

KT가 흥분을 빨리 접고 튼실한 팀 구성을 위한 전략을 짜야 하는 이유다. 그 중심엔 당연히 인사가 있다.

그저 감독 한명 뽑는 문제가 아니다. 그 어느 팀보다 수준 높은 코칭 스태프를 구성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선수의 기량은 다른 팀에 떨어질 것이다. 그 차이를 빠르게 메꾸려면 분야별로 최고의 선생을 모셔와야 한다. 사적인 인연이나 거래가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

코치만이 아니다. 현장을 효율적으로 도울 수 있는 경험 많은 프런트 구성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들 역시 능력 위주의 인선이 이뤄져야 한다. KT에 지금 중요한 건 오직 단기간에 팀을 강하게 만들 수 있는 전략과 하나된 마음 뿐이다.

수원과 KT를 지원한 야구인들의 순수함까지 의심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전까지의 한 마디와 지금부터의 한 마디는 전혀 무게감이 다르다는 것 만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야구 발전을 위해 내디딘 순수한 발걸음에 행여라도 때가 묻지 않도록 더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진심 담긴 행보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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