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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개척자의 길은 늘 험하고 외로운 것이다. 류현진이 ‘처음’인 만큼 만에 하나 실패할 경우, 뒤를 이을 후배들에게 큰 짐이 될 수도 있다. 가는 것 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지만 이젠 성공을 위해 도전해야 할 때다.
흔히들 일본은 정교한 야구, 미국은 힘의 야구를 한다고 말한다. 때문에 류현진이 힘으로 메이저리거들을 이길 수 있을지에 먼저 관심을 갖게 된다. 또 류현진은 직구 구속이 빼어난 것은 아니지만 예술적인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커브의 완급 조절 능력을 갖고 있는 투수라는 점에서 유리하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가 정교함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파워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정교하게 맞히는 재주 또한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모인 곳이 바로 메이저리그다. 대표적인 추상화가인 피카소가 그림의 기본인 뎃생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는 것 처럼 말이다.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은 “메이저리그 경기를 볼때마다 ‘우리 선수들이 꼭 봐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얼마나 간결하게 스윙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우리 선수들의 절반 정도만 스윙을 한다. 스윙 스타트에서 공을 맞히는 거리가 정말 짧다”며 “팔로우스루에서 어퍼스윙을 하는 것만 보고 메이저리거들이 크게 스윙한다는 착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메이저리거의 타격은 짧고 간결한 스윙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걸 간과한다면 결코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짧고 간결한 스윙은 투수의 공에 대한 타자의 판단에 여유를 가져다준다. 그만큼 노림수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준다고 할 수 있다. 흔히 가장 이상적인 타격이라고 말하는 ‘직구 타이밍으로 스윙을 시작해 변화구에 대처한다’는 이론에 도달하기에 가장 유리한 조건인 셈이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성공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는 사람들은 늘 체력 문제를 거론하곤 한다. 일정하게 4일 휴식 후 등판해야 하는 스케줄, 같은 나라 안에서도 시차가 달라지는 넓은 지역으로의 계속된 이동 등, 신체적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류현진을 괴롭힐 거란 뜻이다.
분명 참고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만큼 늘 좋은 컨디션에서 마운드에 오르기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컨디션이 나쁠 때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하다. 자칫 슬럼프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컨디션이 나쁠 땐 유인구나 완급 조절로 타자를 이겨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에서의 류현진이라면 아무 문제 될 것 없는 장애물이었다. 하지만 한 수 위의 정교함과 빠른 스윙을 지닌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상대로는 이보다 더 신중한 접근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류현진은 이제 다시 출발선에 섰다. 한국 최고 투수가 아니라 메이저리그의 신인 투수가 됐다. 세계에서 가장 야구 잘 하는 사람들의 집단에서 자신의 기량을 뽐내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지부터 점검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