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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 사재기 실태②]불법? `애매합니다잉`

조우영 기자I 2012.05.08 07:09:11
▲ 그래픽=김성규 기자
특정 가수의 음원이나 음반을 한꺼번에 대량 사들여 차트에서 순위를 올리는 이른바 `사재기`가 도를 넘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재기는 그간 일부 기획사에 의해 행해진 공공연한 비밀이었지만 `안 하면 손해`라는 식의 피해 의식이 가요계 전체에 확산되고 있다. 이데일리 스타in이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편집자 주)

[이데일리 스타in 조우영 기자] 다수 가요 제작자들은 "솔직히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나라 웬만한 엔터테인먼트사 중 소속 가수의 음원·음반을 자사 매입(사재기)하지 않는 회사가 어디 있느냐"면서도 "결코 불법으로 행해지진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과연 그들이 말하는 합법적인 절차는 어떻게 이뤄지는 것일까. 관계자들은 철저히 익명을 요구한 가운데 몇 가지 사례를 털어놨다.

C그룹 소속사 매니저 박대진(가명) 씨는 "인터넷 아이디를 팔고 사는 브로커(중개업자)가 있다"고 전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아이디 가격은 개당 500~1000원 정도다. 여기에는 중국, 동남아시아 등 해외 네티즌을 대상으로 직접 개개인의 아이디를 구매하는 때도 있으나 이는 일반적이지 않다. 아이디를 판 네티즌이 비밀번호를 바꾸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주로 사용되는 편법은 많은 회원 수를 확보한 업체와 제휴를 맺는 방식이다. 흔히 인터넷 사이트 회원 가입 시 `제휴 업체에 개인정보가 마케팅 차원에서 활용될 수 있으며 이에 동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지만 이를 꼼꼼히 확인하는 네티즌은 많지 않은 점을 악용한 사례다.

마케팅 제휴 수준을 넘어 개인정보를 판매하는 행위는 엄연히 불법이다. 그럼에도 일부 기획사는 박씨가 주장하는 이러한 `합법적` 아이디를 보유한 중개업자를 통해 음원을 사재기한다. 적게는 몇 천만원에서 많게는 2억원가량 쏟아붓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생긴다면 기획사는 프로모션 대행사(중개업자)의 탓으로 돌리면 그만이다. 거액을 쏟아붓고도 과연 남는 수익이 있느냐는 의문에 박씨는 "1000만원을 투자해서 1억을 버느냐. 1억을 투자해서 10억을 벌겠느냐의 논리"라고 말했다.

음원 차트에서의 좋은 성적은 가수의 인지도를 높이고 화제가 돼 주목율을 높인다. 그만큼 인기가 많아질수록 다양한 가능성이 열린다. 행사, CF 등 부가 수익 창출이 생기는 큰 시장을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신곡이 노출되는 창구로 음원 차트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 중소기획사 관계자는 "차트에서 상위권에 오르고 언론에서도 뒷받침을 해줘야 지상파 방송에 출연했을 때 시너지 효과를 본다"며 "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노래를 찾아서 듣는 팬은 드물다"고 씁쓸해했다.    ▶ 관련기사 ◀ ☞[가요계 사재기 실태①]`꼼수`인가, `묘수`인가 ☞[가요계 사재기 실태③]"쩐의 전쟁" vs "무능한 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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