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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쪽에선 아이들이 그림 그리기 삼매경에 빠졌다. 코스를 돌아보며 눈으로 봤던 순간을 그림으로 남겼다. 한 아이는 초록의 그린과 깃발을 캔버스에 담기도 했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은 팬들이 지나는 벽면에 붙여 또 다른 팬들이 볼 수 있게 했다. 프로골프대회가 아니라 마치 스포츠 체험 박람회 같다.
시뮬레이터 체험 부스엔 줄이 길게 늘어섰다. 보조 장비를 착용하면 클럽을 휘두르지 않고도 마치 골프 치는 것과 같은 가상 현실 체험을 할 수 있다. 게임처럼 즐길 수 있어 유독 인기가 많았다. 가상 현실로 골프를 체험한 어린이들은 마냥 신기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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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PIF 사우디 인터내셔널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린이 팬이 직접 체험하는 시설을 대거 설치했다. 체험하면서 자연스럽게 골프는 물론 다른 스포츠에 흥미를 갖도록 유도한 게 인상적이었다.
팬 존에서 아이들이 즐겁게 보내는 사이 필드에선 세계 정상급 스타들의 우승 경쟁에 치열했다. PIF 사우디 인터내셔널은 총상금 500만 달러로 PGA 투어나 LIV 골프와 비교하면 규모가 작다. 그러나 세계 골프계의 큰손으로 등장한 PIF가 주최한 대회인 만큼 스타가 몰려왔다.
이번 대회에만 더스틴 존슨과 버바 왓슨, 패트릭 리드, 세르히오 가르시아, 캐머런 스미스 등 역대 메이저 대회 우승자만 9명이 나왔다. 43명은 아시안투어에서 활동하며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린 강자다. 한국과 일본, 호주 투어 상위랭커도 초대해 32개국 선수가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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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그린과 코스에선 흥겨운 음악도 나왔다. 조용히 연습하고 경기를 보는 다른 골프대회와는 다른 분위기다. 처음엔 어색해하던 선수들도 이내 적응해 리듬에 맞춰 고개를 끄덕이는 선수도 보였다.
경기가 끝나자 18번홀은 거대한 콘서트 무대로 변했다. 그린 옆 무대에 화려한 조명이 켜지더니, 밴드의 신나는 공연이 시작됐다. 삼삼오오 모여 공연을 관람하는 팬들은 흥에 겨운 듯 어깨를 들썩이고 두 팔을 들어 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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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투어 상금으로만 약 6000억 원 이상, 선수와 VIP 초청료와 행사 운영비 등으로 4000억 원 넘게 쓴다. 단순히 상금을 늘려 규모만 키우는 게 아니었다. 프로골프 대회라는 딱딱한 분위기가 아닌 남녀노소 함께 즐기는 축제의 공간으로 변화시켜 누구나 쉽게 찾아올 수 있는 새로운 스포츠문화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골프를 비롯해 스포츠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건 스포츠를 통한 미래 산업과 연관돼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2016년 ‘비전 2030’을 통해 경제 다각화 및 레저,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 일자리 창출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일각에선 정치, 인권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스포츠로 세탁하려는 이른바 ‘스포츠워싱’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글로벌 스포츠업계의 블랙홀 사우디아라비아’ 보고서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스포츠 투자는 국가 홍보 프로젝트 차원의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석유에 의존한 경제구조를 바꾸려는 중장기적 관점의 투자로 봐야한다”고 평가했다. 스타를 끌어모으고 남녀노소가 함께하는 PIF 사우디 인터내셔널은 과감한 투자를 통해 글로벌 스포츠 강국에 한 걸음 더 다가간 사우디아라비아의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한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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