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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미워하지 않으려 노력했다”…한국오픈서 부활 노리는 배상문

주미희 기자I 2024.06.21 00:00:00

내셔널 타이틀 코오롱 제66회 한국오픈 1라운드
2008·2009년 챔피언 배상문, 4언더파 선두권
프로 통산 14승 기록한 한국남자골프 간판스타
“KPGA 선수권대회 우승 경쟁으로 피 뜨거워져”
“‘배상문 건재하다’ 보여주고 싶어” 각오

배상문이 20일 충남 천안시 우정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코오롱 제66회 한국오픈 1라운드에서 아이언 샷을 날리고 있다.(사진=대회조직위 제공)
[충남(천안)=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감격스럽네요.”

한국 남자골프 내셔널 타이틀 대회 코오롱 제66회 한국오픈 골프선수권대회(총상금 14억원) 1라운드에서 선두 경쟁에 나선 배상문(38)이 공식 인터뷰를 위해 기자실에 들어서면서 내뱉은 말이다. 경기 후 기자실 인터뷰는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 경우에만 가능하다. 배상문은 오랜만에 선보인 자신의 좋은 플레이를 에둘러 이렇게 표현했다.

배상문은 20일 충남 천안의 우정힐스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2개를 묶어 4언더파 67타를 치고 선두권에 올랐다.

2008년과 2009년 한국오픈을 연속 제패하는 등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9승을 거둔 배상문은 일본프로골프(JGTO) 통산 3승과 상금왕,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2승을 기록, 한국남자골프의 간판스타로 군림했다.

2017년 군 복무를 마친 뒤 필드로 복귀한 이후에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며 침체기에 빠졌다. PGA 투어 카드를 잃은 그는 조건부 시드로 적은 대회에 나섰고, 아시안투어에도 제한된 대회에만 출전할 수 있었다.

전환점은 지난 9일 끝난 KPGA 선수권대회 with A-ONE CC였다. 당시 우승 경쟁 끝에 아깝게 공동 2위로 경기를 마쳤다. 그 기세를 이어 이번 코오롱 한국오픈 1라운드에서도 선두권에 오르며 상승 기류를 타고 있다.

배상문은 “2주전 KPGA 선수권에서 우승 경쟁을 하면서 오랜만에 피가 뜨거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당시 우승 경쟁을 한 게 전환점이 됐다”고 돌아봤다. 배상문은 당시 엎치락뒤치락 경쟁하다가 3타 차로 선두를 내줬다.

배상문은 2014년 KPGA 투어 신한동해오픈, PGA 투어 프라이스닷컴 오픈에서 마지막 우승을 기록했다. 우승 맛을 본지 10년이 다 돼 간다.

그는 “리더보드 상단에 제 이름이 있는 게 굉장히 오랜만”이라며 “‘배상문이 건재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다. 저는 연습을 게을리하거나 골프에 소홀한 적이 한순간도 없었다. 그렇지만 노력이 성적으로 직결되지는 않더라. 그럴 때마다 골프를 미워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긍정적인 마음이 생겼고 요즘 다시 골프가 좋아졌다”고 의욕을 보였다.

배상문은 지난달 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에서 54세의 최경주가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미국에서 거의 전 라운드를 시청했다는 배상문은 “혼자 7언더파를 치시는 모습을 보고 ‘젊은 선수들 기죽이지 마시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더니 바로 전화를 주셨다. 기분이 좋으신지 전화를 안 끊으셔서 10분 정도 통화했다”고 농담도 했다. 그러더니 “선배님의 우승이 동기부여가 됐다. 식지 않는 열정을 존경할 수밖에 없고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PGA 투어에서 숱한 코스를 경험한 배상문은 이번 대회가 열린 우정힐스 컨트리클럽 코스 세팅이 결코 PGA 투어에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그는 “심지어 그린 스피드는 PGA 투어 평균보다 더 빠르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1라운드 그린 스피드를 3.3m로 예정했지만 이날 실제 발표한 그린 스피드는 3.8m로 역대 최고로 빨랐다. 러프 역시 A컷(짧은 러프)이 70mm였고 B컷(긴 러프)는 100mm나 됐다. 이보다 더 깊은 러프는 150mm 이상까지 길렀다.

배상문은 “이 코스는 첫 번째로 오르막 퍼트를 남겨야 한다. 그린 위 원하는 곳에 공을 정확히 떨어뜨려야 하므로 스핀이 중요하다. 이 스핀을 잘 걸려면 페어웨이에서 아이언 샷을 쳐야 한다. 아이언 샷에서 우승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상문과 함께 4언더파로 1라운드를 마친 베테랑 강경남(41)도 의견이 비슷했다. 강경남은 “우승하기 위해서는 티샷이 가장 중요하다. 티샷이 페어웨이로 가야 두 번째 샷을 유리한 위치에서 칠 수 있다”고 말했다. 페어웨이에서 샷을 하면 그린이 잘 받아주지만, 러프에서 치면 홀을 세이브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강경남은 “이단 경사처럼 그린이 말려 있는 곳에 핀이 꽂혀 있어서 퍼트가 정말 어렵다. 첫 번째 퍼트를 조금만 세게 해도 공이 많이 흘러가기 때문”이라며 “핀 위치가 어려워서 5언더파 정도면 우승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첫날 경기를 2언더파로 마무리한 김영수(35)도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그린이 더 딱딱해지고 빨라질 것”이라며 “그럴 때 러프에서 치면 그린에 공을 세우지 못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영수는 “내리막 퍼트를 남기면 짧은 퍼트라고 해도 스코어를 지키기 어려울 것이다. 우승에 가장 필요한 건 그린 플레이와 원하는 대로 플레이가 이어지지 않아도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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