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 익숙해져라. 아님 그냥 실패하던가' 핑계 많았던 조재호 깨운 한마디

이석무 기자I 2023.02.10 00:00:00
프로당구 PBA에서 개인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이룬 ‘슈퍼맨’ 조재호. 사진=PBA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불편함에 익숙해져라, 아니면 그냥 다른데 가서 실패하던가’

우연히 선물로 받았던 책의 한 구절이 조재호(43·NH농협카드)를 바꿔놓았다. 머리와 가슴 속 가득했던 ‘사소한 핑계’를 지워버리니 편하게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조재호는 9일 새벽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방송지원센터에서 막을 내린 프로당구 2022~23시즌 ‘크라운해태 PBA-LPBA 챔피언십’ PBA 결승전에서 동갑내기 절친이자 라이벌인 강동궁(43·SK렌터카)을 세트스코어 4-1(15-2, 9-15, 15-12, 15-13, 15-14)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80년생 동갑내기인 조재호와 강동궁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국내 최강자 자리를 놓고 경쟁한 라이벌이다. 21살 때 처음 만난 뒤 각종 대회에서 수없이 우승을 다투면서 자연스럽게 친구가 됐다. 서로 의지하고 격려하면서 기술적으로도 조언해주는 동반자가 됐다.

공교롭게도 프로당구에서 조재호와 강동궁이 맞붙을 기회가 없었다. 팀리그에서 두 번 맞붙어 강동궁이 모두 이겼다. 하지만 개인투어에선 이날 결승전이 첫번째 대결이었다. 팽팽한 접전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결과는 조재호의 완승이었다. 세트마다 물고 물리는 승부가 이어졌지만 막판 집중력에서 조재호가 앞섰다.

조재호는 절친과 결승에서 맞붙은 것이 다행이었다고 했다. 그는 “내가 꼭 이겨야겠다고 생각하기보다 둘이 만나 더 잘됐다는 안도감이 들었다”며 “둘 중 누가 이겨도 멋진 경기가 되겠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더 편해졌다”고 털어놓았다.

조재호는 결승전에서 흔들리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로 한 권의 책을 꼽았다.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의 멘탈코치로 잘 알려진 팀 글로버가 쓴 ‘멘탈리티’라는 책이었다.

조재호의 마음에 깊이 박힌 구절은 따로 있었다. ‘불편함에 익숙해져라. 아니면 딴 데 가서 그냥 실패나 하든가’라는 문장이었다. 머리를 한 대 제대로 맞은 것 같은 느낌이 찾아왔다. 자신이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재호는 당구가 안풀리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받고 이유를 탓했던 자신을 돌아봤다. 복잡한 마음을 비우고 상황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니 당구가 잘 풀리기 시작했다.

조재호는 “그 책을 보니 내가 핑계댈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200페이지 정도 되는데 절반 정도 읽고 우승했다. 나머지 절반을 읽고 월드챔피언십을 준비하면 되겠다”고 말한 뒤 환하게 웃었다.

조재호는 이번 우승으로 프로당구 출범 후 국내 선수로는 두 번째 멀티우승 주인공이 됐다. 첫 번째 국내 선수 멀티 우승자는 결승에서 만났던 강동궁이었다. 내친김에 다음 달 열리는 ‘왕중왕전’ 월드챔피언십에서 국내선수 최초의 3승을 노린다.

조재호는 “이번엔 내가 재수가 좋아서 친구 동궁이를 이긴 것 같다”면서 “다음에도 운이 따를지는 모르겠지만 잘 준비해서 3승, 4승, 5승을 노려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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