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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라이징 스타’ 김주형은 3일(이하 한국시간) 자신의 SNS를 통해 나이키와의 계약 소식을 알렸다. 6일 개막하는 PGA 투어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 앞서 나이키 모자와 옷을 입고 훈련하는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미국 현지에서 계약이 이뤄져 계약금 등의 조건에 대해선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소 500만달러(약 63억원)는 받았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는 3년 전 CJ와 계약 때보다 약 50배 이상 높은 금액이다.
김주형은 2020년부터 3년 동안 CJ의 후원을 받았다. 계약 당시 아시안투어와 코리안투어에서 뛰었던 김주형의 예상 몸값은 1억원~1억5000만원 수준이었다.
CJ는 지난해 연말 재계약을 추진했다. PGA 투어 우승 등 신분 상승효과를 고려해 연간 150만달러 안팎의 계약금을 제시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나이키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서 아름다운 이별을 택했다.
김주형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것은 뛰어난 기량뿐만 아니라 이런 다양한 매력에 미래 가치가 더해진 결과다.
나이키 등 PGA 투어의 선수를 후원하는 글로벌 기업은 우승 경력과 세계랭킹, 미래 가치 등을 따져 계약금을 정한다. 남자골프 세계랭킹 50위 이내 선수는 최소 200만 달러 수준에서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다.
나이키가 한국 선수를 후원한 건 최경주(52), 노승열(31)에 이어 김주형이 세 번째다. 차이가 있다면, 김주형에 대한 평가와 높아진 몸값이다.
나이키가 2005년 최경주, 2013년 노승열을 영입했던 이유는 아시아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그러나 이번 김주형과의 계약은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의 활용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한국에서 태어난 김주형은 주니어 시절 필리핀과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서 선수로 활동했고 호주에서도 살았다. 프로 데뷔 이후엔 아시안투어와 코리안투어를 거쳐 지난해 PGA투어로 진출했다. 오랜 외국 생활 덕에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고 뛰어난 표현력과 친근한 이미지를 지녔다.
지난 9월 열린 프레지던츠컵에서 인터내셔널팀 대표로 나섰던 김주형은 미국팀의 패트릭 캔틀레이, 잰더 쇼플리 조를 상대로 18번홀에서 약 3m 버디 퍼트를 넣고 강렬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마치 타이거 우즈(미국)를 연상시키는 세리머니에 팬들은 크게 열광했고 이 퍼트는 PGA 투어 등이 뽑은 ‘올해의 퍼트’로 선정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경기 뒤엔 유창한 영어로 현지 매체와 인터뷰했고, 선수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는 모습도 보였다.
나이키 코리아 관계자는 “김주형 선수가 지닌 다양한 매력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골프 팬들에게 주목받고 있으며, 동료의 평가에서도 상당히 친숙하고 미래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라며 “그런 점에서 나이키의 글로벌 이미지와 잘 맞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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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김주형은 두 번째 우승으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기록도 갈아치웠다. 우즈는 만 20세 9개월 21일, 김주형은 그보다 약 6개월 빠른 만 20세 3개월 18일에 PGA 투어에서 2승을 달성했다. 단기간 맹활약으로 세계랭킹을 15위까지 끌어올린 김주형은 올 시즌을 앞두고 미국의 여러 매체에서 ‘주목할 선수’로 꼽히고 있다.
나이키 모자를 쓴 김주형은 AP통신과 인터뷰에서 “그들이 나를 (영입 리스트에) 생각했다는 것에 매우 감사하다”며 “아시아인을 넘어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고 나이키 팀의 유일한 아시아 멤버여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김주형은 6일부터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 카팔루아의 플랜테이션 코스(파73)에서 열리는 PGA 투어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총상금 1500만달러)에 출전해 새해 첫 승과 함께 개인 통산 3번째 우승 사냥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