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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대상 이 작품]무대의 숨은 주인공 연주자들, 한 발 앞으로!

김현식 기자I 2022.09.15 05:00:00

콘서트 부문 심사위원 리뷰
'메가필드 뮤직 페스티벌 2022'

[윤동환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회장] 우리는 군무나 ‘떼창’처럼 다른 사람과 같은 동작을 하고 같은 소리를 낼 때 어떤 것으로도 느낄 수 없는 희열을 느낀다. 그 감정이야말로 공연에서는 빠질 수 없는, 특히 야외 페스티벌에 빠져서는 안 되는 특별한 요소다.

지난 3일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메가필드 뮤직 페스티벌 2022’는 그런 감정을 만끽할 수 있는 공연이었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부는 가운데 넓은 야외 공원에서 수십, 수백여 명의 연주자들이 같은 곡을 연주하는, 마치 연주자 버전 ‘플래시 몹’과 같은 이채로운 무대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무대 구조부터 여타 페스티벌과 확연히 달랐다. 스탠딩존에는 드럼 25대가 자리했고 무대 양옆에는 기타와 베이스 앰프 수십여 대가 놓였다.

현장을 찾은 관객을 적잖이 놀라게 한 신선한 무대 구성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준 건 ‘메가 락킨 플레이’(MEGA Rockin’ Play) 공연을 위해 등장한 메가밴드 연주자들이다. 디어클라우드, 이주혁, 딕펑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사거리 그 오빠, 노브레인, 빅톤, 이하이가 차례로 공연을 펼친 뒤 등장한 메가밴드 연주자들은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와 관객의 시선을 다소 낯설어하는 듯하면서도 들뜬 모습이었다. LED 화면에는 연주자들이 뜻깊은 무대를 만들어준 페스티벌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내용이 담긴 인터뷰 영상도 송출돼 눈길을 끌었다.

메가밴드의 공연은 연주자들의 인터뷰 영상이 끝난 후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드러머 25명, 기타리스트 16명, 베이시스트 9명 등 총 50명이 의기투합해 힘차게 연주를 시작했다. 본 조비 ‘잇츠 마이 라이프’(It’s My Life)를 시작으로 AC/DC ‘하이웨이 투 헬’(Highway To Hell), 이매진 드래곤즈 ‘빌리버’(Believer), 건즈 앤 로지즈 ‘웰컴 투 더 정글’(Welcome To The Jungle), 브루노 마스 ‘런어웨이 베이비’(Runaway Baby) 등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명곡의 향연이 이어져 귀를 즐겁게 했다.

절정의 순간은 넥스트 ‘라젠카 세이브어스’(Lazenca Save Us)가 흘러나올 때였다. 웅장한 사운드가 돋보인 연주가 관객의 심장을 울렸다. 50명 모두가 주인공이 돼 하나의 노래를 완성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는 모습에 관객은 연방 환호하며 감탄했다.

메가밴드는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인 에픽하이와 협연으로 무대를 마무리했다. 30여분간 열정적인 공연을 선보인 뒤 퇴장하는 연주자들을 향해 관객은 오랜 시간 박수갈채를 보냈다.

완벽한 공연 뒤에는 숨은 공로자인 연주자들이 있다. 때로는 관객이 볼 수 없는 자리에서 연주하기도 하며 가수들의 공연을 묵묵히 빛내준다. 좋은 공연을 관람했다면 연주자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연주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메가필드 뮤직 페스티벌 2022’는 기억해야 할 가치가 충분한 공연이었다. 언젠가 메가밴드의 무대가 다시 한번 펼쳐지기를, 더 확장된 연주자들의 공연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무대의 숨은 주인공 연주자들, 한 발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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