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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왕'·'괴이' 연상호 유니버스, 정체기 티빙 구원할까

김보영 기자I 2022.03.23 05:30:48

연상호 원작 애니 '돼지의 왕', 티빙 드라마로 탄생
"학폭 트라우마 섬세히 표현" 호평 일색
'괴이' 칸 초청…'종이의 집 : 공동경제구역' 작가 합세
"독특한 연상호 세계관, 티빙에 전환점 될 것"

(사진=티빙)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지난해 넷플릭스 ‘지옥’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연상호 감독의 세계관이 정체기에 빠진 티빙에 구원투수가 될지 주목된다.

티빙은 연상호 감독의 세계관을 담은 새 오리지널로 지난 18일 공개된 ‘돼지의 왕’과 4월 공개를 앞둔 ‘괴이’를 통해 한단계 도약을 노린다. 두 작품은 기존 티빙의 콘텐츠들과 차이가 크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에게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지 관심을 끈다.

지난해 티빙은 ‘유미의 세포들’, ‘술꾼도시여자들’ 등 일상 만화 원작을 위트있게 각색한 오리지널 시리즈를 통해 독특한 소재와 장르를 내세운 넷플릭스와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반면 인기 웹툰과 일본 만화 원작을 각색해 올해 초 선보인 시트콤 ‘내과 박원장’과 가족극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이 기대만큼 호응을 얻지 못하며 정체기에 빠졌다.

‘돼지의 왕’과 ‘괴이’는 기존 티빙의 콘텐츠들과 완전히 다르다. 학교폭력 등 사회적 문제, 초자연적 현상을 소재로 한 추적 스릴러 장르물에 더욱 커진 스케일로 변화를 꾀했다. ‘돼지의 왕’은 지난 2019년 화제를 모은 OCN 드라마 ‘구해줘2’의 원작인 ‘사이비’(2013)와 지난해 넷플릭스로 공개된 오리지널 ‘지옥’의 원작 ‘지옥 : 두 개의 삶’(2004)과 함께 연상호 감독의 ‘3대 애니메이션’으로 꼽힌다. ‘괴이’는 극본을 연상호 감독이 맡았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올해들어 OTT 다자 경쟁 구도가 완전히 정착되고, 시청자들이 자기가 주로 시청하던 플랫폼 콘텐츠만 선택하는 패턴이 짙어지면서, 웬만큼 독특하고 신선한 소재가 아니고선 새 OTT 작품이 화제를 모으기 힘들어졌다”며 “연상호 감독의 세계관이 지닌 종교적, 철학적 메시지와 장르물을 결합한 독특한 특색이 티빙에 긍정적인 전환점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관측했다.

지난 2011년 개봉한 연상호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돼지의 왕’ 포스터.
학폭 트라우마 다룬 ‘돼지의 왕’, 공개 직후 호평 일색

지난 18일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돼지의 왕’(연출 김대진, 김상우)은 지난 2011년 11월 개봉한 연 감독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이 원작이다. 원작은 중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소재로 다뤘다. 폭력과 권력에 순응하는 약자들을 돼지로 표현하면서 그들이 얻는 열등의식과 비굴함, 폭력에 저항하는 돼지들의 절망과 부조리를 이야기해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를 통해 2011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 한국영화감독조합 감독상, CGV무비콜라주상 등 3관왕을 차지했다.

티빙 ‘돼지의 왕’은 원작의 세계관에서 한 발 짝 더 나아간다. 원작이 던졌던 ‘학교 폭력’ 화두를 살리면서, 폭력의 기억을 휘감고 자라난 어른들의 서사에 더 초점을 맞췄다. 연쇄살인 사건 현장에 남겨진 20년 전 친구의 메시지를 통해 학창 시절 폭력의 기억을 꺼낸 어른들의 추적 스릴러를 그린다. 김동욱, 김성규, 채정안이 주연이다.

시사회를 관람한 원작자 연상호 감독은 “오랜만에 가슴 속에 뜨거운 것이 치밀어올랐다”고 말했다. 공개 직후 시청자들의 반응도 호평일색이다. 원작과 오리지널을 모두 시청했다는 한 누리꾼은 “원작의 결을 살리면서도 드라마만의 개성이 느껴지게 각색을 잘 한 것 같다”며 “학폭 피해자가 성인이 된 후에도 평생 가져가야 할 트라우마를 섬세히 표현했다”고 평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사이코패스에 의한 단순 연쇄살인이 아닌, 폭력의 기억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던 학폭 피해자가 저지른 살인이란 스토리 설정이 원작에서 더 나아가 생각할 지점을 제공한다”며 “원작의 장점이자 단점이던 거칠고 투박함에 개연성을 불어넣는다”고 분석했다.

‘괴이’ 국내 OTT 최초 칸 초청…“주목받는 창작자 다 모여”

구교환, 신현빈 주연의 ‘괴이’에 대한 기대도 뜨겁다. 연상호 감독이 극본을 쓴 ‘괴이’는 저주받은 불상이 나타난 마을에서 마음 속 지옥을 보게 된 사람들과 그 마을의 괴이한 사건을 좇는 초자연 스릴러다. 아직 공개 전이지만, 지난해 티빙 흥행작 ‘술꾼도시여자들’과 함께 국내 OTT 오리지널 콘텐츠 최초로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돼 업계의 기대와 관심이 크다. 지난해 넷플릭스 인기작 ‘D.P.’와 ‘지옥’을 제작한 클라이맥스 스튜디오가 의기투합했다. 지난 19일 공개된 ‘괴이’ 티저는 사흘 만에 유튜브 조회수 29만 뷰를 돌파했다.

변승민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대표는 이데일리에 “연상호 감독의 독특한 세계관에 넷플릭스 ‘종이의 집 : 공동경제구역’ 류용재 작가까지 합세했다”며 “어떤 창작자들이 모여 만든 작품인지가 플랫폼의 경쟁력이 되고 있는 현재,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창작자들이 티빙에 모였다는 점 자체로 매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연상호 감독은 모든 영역이 종교화된 현대사회의 모순을 예리한 시각으로 집어내며, 장르를 빌어 깊고 무거운 담론을 대중적 요소로 담아내는 데 능한 창작자”라며 “코로나19 이전에 집필된 작품이지만 기원을 알 수 없는 공포에 빠진 현재 우리 사회 모습과도 절묘히 맞아떨어질 것”이라고도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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