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A : 차민규의 메달 박탈 가능성의 근거가 2018 평창 대회 당시 캐나다 선수들의 심판 판정에 대한 항의를 연상시키는 동작을 해 규정위반이라는 것인데요. 단도직입적으로 차민규의 메달 박탈 가능성은 제로입니다. 혹시 나중에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 성분이 나오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선 메달을 박탈당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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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 박탈 사례는 육상(총 메달 50개, 금메달 19개)과 역도(총 메달 50개, 금메달 14개)에서 가장 많이 나왔습니다. 국가로는 러시아(러시아올림픽위원회 포함)가 46개로 전체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피겨요정’ 카밀라 발리예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도 금지약물 때문에 경기를 치르기도 전에 메달 박탈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발리예바는 지난해 12월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실시한 도핑 검사에서 금지약물인 트리메타지딘 양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검사 결과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시작된 이후인 8일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에 뒤늦게 전달됐습니다. RUSADA는 당일 발리예바의 자격 일시정지를 결정했다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불과 하루만에 징계를 철회했습니다. 이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세계반도핑기구(WADA),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반발하며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는데요. CAS는 “발리예바가 만 16세 이하 보호선수에 해당되고 통보가 너무 늦어 반박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이유로 제소를 기각하고 발리예바의 개인전 출전을 허용했습니다.
IOC는 팀 이벤트에서 금메달을 딴 발리예바의 시상식을 미루고 있습니다. 심지어 발리예바가 개인전에서 메달을 딸 경우 시상식을 열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1위를 해도 모든 도핑 관련 의혹이 해소돼야 금메달을 주겠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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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적으로 메달 박탈이 확정되면 IOC는 해당 메달리스트들에게 메달을 반납하라고 통보합니다. 이 메달을 돌려받아야 차순위 선수에게 메달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기가 끝나고 몇 년 뒤 메달 전달식이 열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금지 약물 외에 역대 올림픽에서 메달이 박탈된 경우는 페어플레이 위반을 들 수 있습니다. 스웨덴의 레슬링 선수 아라 아브라하미안은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에서 심판 판정에 대한 항의 표시로 시상식에서 메달을 내팽개쳤다가 실격 처리돼 메달을 빼앗겼습니다. 1992년 바르셀로나 하계올림픽 남자 역도 동메달리스트인 이브라힘 사마도프는 다른 두 명의 선수와 같은 성적을 기록하고도 체중 차로 동메달에 그치자 메달을 집어던지고 시상식 도중 나가버려 실격 처리됐습니다.
2000년 시드니 하계올림픽 여자 기계체조 단체전 동메달리스트였던 덩팡샤오는 나이가 출전 기준연령인 16세보다 낮은 14세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메달을 박탈당했습니다. 이 사건 이후 IOC는 2003년 팀원 가운데 한 명이라도 메달 박탈 징계를 받으면 팀 전체가 메달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정을 바꿨습니다.
빼앗겼던 메달을 돌려받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스웨덴의 헤비급 복서 잉게마르 요한손은 1952년 헬싱키 하계올림픽 복싱 결승에서 계속 도망다녔다는 이유로 은메달을 박탈당했습니다. 하지만 요한손은 이후 상대 선수를 지치게 만들려는 전략이었다고 반발했고 이 주장이 받아들여져 1982년 메달을 돌려받았습니다.
1964년 인스브루크 동계올림픽에서는 피겨스케이팅 은메달을 딴 독일의 마리카 킬리우스와 한스-위르겐 바움러가 프로스케이팅 계약을 했다는 이유로 메달을 박탈당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1987년 돌려받게 됩니다.
‘비운의 올림피안’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미국의 짐 소프는 1912년 스톡홀름 하계올림픽에서 근대 5종과 10종 경기 2관왕에 오르지만 역시 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그에서 뛴 경력이 뒤늦게 밝혀져 메달을 빼앗겼습니다. 이후 세상을 떠난 뒤 한참이 지난 1983년이 돼서야 메달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올림픽 메달을 박탈당할 위기가 있었습니다. 2012 런던 하계올림픽 남자축구 일본과 3·4위전을 승리한 뒤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경기장을 뛴 박종우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당시 IOC는 박종우의 세러머니가 ‘어떤 종류의 시위나 정치적 종교적 또는 인종차별적 선전도 금지한다’는 올림픽 헌장을 위반했다고 보고 메달 수여를 보류했습니다. 다행히 대한체육회와 대한축구협회가 우발적인 행위였다는 점을 강조한 덕분에 박종우는 메달 박탈 징계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IOC는 올림픽에서 정치적인 표현이나 목소리를 내는 것을 적극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이 사유로 공식적으로 메달이 박탈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 육상 남자 200m 금메달과 동메달을 땄던 미국의 흑인 선수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는 인종차별 항의 표시로 시상대 위에서 검은 장갑을 끼고 주먹을 쥔 팔을 하늘로 뻗는 동작을 취해 논란을 빚었습니다.
세리머니 이후 이들의 메달을 박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고 실제 메달을 빼앗겼다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IOC는 이들의 메달을 박탈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당시 미국 대표팀은 두 선수의 대표 자격을 박탈한 뒤 선수촌에서 내보내는 자체 징계를 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