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은우·옹성우·티아라 빼앗길라…中 투자 주의보

김은구 기자I 2018.01.08 06:00:00
워너원 옹성우, 아스트로 차은우, 걸그룹 티아라(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중국 투자 주의보가 내려졌다.

보이그룹 대표 꽃미남 차은우와 워너원 옹성우, 한류 걸그룹 티아라를 중국에 빼앗길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DD·사드) 한반도 배치를 빌미로 중국에서 내려졌던 한한령(한류제한령)이 끝나기를 기다려온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또 한차례 중국발 위기가 덮쳐왔다.

차은우가 멤버인 보이그룹 아스트로와 옹성우, 걸그룹 헬로비너스, 위키미키, 배우 서강준, 공명, 강한나 등이 소속된 종합엔터테인먼트기업 판타지오가 임직원들과 중국계 최대주주의 갈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판타지오 최대주주인 중국계 JC그룹은 판타지오 창업자인 나병준 공동대표를 실적 악화 등을 이유로 지난해 말 해임하면서 임직원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티아라는 데뷔부터 10년간 몸담았던 MBK엔터테인먼트를 떠나기로 했다. 멤버 효민은 최근 SNS를 통해 이 같은 소식을 전했다. 재계약 협상이 있었지만 중국 시장에 대한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원인이 돼 재계약이 불발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티아라의 새로운 소속사 계약 뒤에는 중국의 거대 자본이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 中 큰손에 韓 ‘스타 메이킹 시스템’ 붕괴 우려

불과 3년 전만 하더라도 투자와 한류 공연 등으로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막대한 부를 안겨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중국이 이제는 큰 리스크 요인이 되고 있다. 공산주의 국가로 정부에서 조치를 내린다면 언제든 한국과 교류가 중단될 수 있다는 사실을 한한령으로 보여준 데 이어 판타지오와 티아라의 사례를 통해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대한 영향력이 커졌음을 확인시켰다.

연예계에서는 중국이 자본을 투자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언제든 일어날 것으로 우려됐던 상황들이 이제 현실화되고 있다는 반응이다. 연예계 한 관계자는 “중국의 투자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기회이자 위기였다”며 “지분의 50% 이상을 확보할 정도로 투자를 하면서 수익 배분만 받는 것으로 만족할 기업이 어디 있겠는가. 판타지오 사태는 예정된 수순이었을 뿐이다.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여지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우려가 되는 것은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 특유의 스타 메이킹 시스템 붕괴다. 그 동안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외국, 타업종서 자본이 유입되더라도 기획사의 운영, 연예인 매니지먼트에 있어서는 매니저, 제작자로 수년간 경력을 쌓아온 사람들이 전담을 하며 시스템을 유지했다. 매니저라는 직업이 전문화됐고 신인 발굴부터 육성, 스타로 성장시키기까지 그들의 노하우가 적용된다.

돈만으로 대체할 수 없는 게 노하우다. 매니저가 바뀌는 것만으로도 연예인들 입장에서는 활동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판타지오의 경우 현재 상황과 맞물려 소속 걸그룹 위키미키가 이달 말로 예정했던 컴백이 기약 없이 미뤄지기도 했다. 위키미키는 한창 이어오던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 ‘기반은 사람’ 투자자도 잊지 말아야

강태규 대중문화 평론가는 “연예계에서는 ‘기획사가 아닌 매니저에게 투자하라’는 말이 있다. 그 만큼 매니저의 역할이 중요한 게 엔터테인먼트 업계다”라고 설명했다. 당장 기획사의 가치는 어떤 연예인이 소속돼 있는지에 따라 매겨진다. 연예인도 기복이 있다. 그걸 컨트롤하는 사람이 매니저다. 계약기간이 끝나 회사를 떠나는 연예인이 매니저를 동반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손성민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회장은 “콘텐츠의 기반은 사람이고 연예인과 매니저는 인간관계로 엮여 있다”며 “투자자, 경영자는 더 잘하는 사람을 찾아 바꿔버리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연예계에서는 그런 방식이 통용되지 않을 때가 더 많다”고 말했다. 연예인의 경우 매니저가 바뀌면 당장의 활동은 가능해도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아무리 스타라도 결국 경쟁력을 잃고 연예계라는 생태계에서 도태될 위험이 커진다.

특히 중국은 자본력에서 한국을 크게 능가하지만 콘텐츠 제작, 연예 매니지먼트에 대해서는 한국과 비교해 후진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 자본의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대한 장악력이 높아지는 것은 연예인들에게도 부정적인 면이 크다는 분석이다.

강태규 대중문화 평론가는 “중국 투자자들이 한국 매니지먼트 경영 간섭은 투자자나 매니저, 연예인 모두에게 득이 될 게 없다”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거대 외부 자본을 포기할 수 없는 게 현실이겠지만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매니지먼트 등의 권한에 대해 안전장치를 마련해놓는 것이 필요하다. 그게 매니저, 제작자들 개인은 물론 소속 연예인들도 지키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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