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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택 “돈 없어 시작한 스크린 골프, 1부 진출 은인 됐죠”

조희찬 기자I 2017.01.02 06:00:00

드라이브 비거리 300야드
스크린·필드 골프 차이없어
최고 스코어 21언더파 51타
1부 투어 진출에 큰 도움돼
얕보던 프로들 지투어 문의도

김홍택이 지난 2016년 9월 대전 유성구의 골프존 조이마루에서 열린 2016-17 삼성증권 mPOP GTOUR 2차 매치에서 우승한 후 트로피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골프존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조희찬 기자] 키 172cm 단신인데 드라이브 비거리가 300야드를 넘는다. 특식이라도 먹는 것일까. 궁금증은 단박에 사라졌다. 바쁜 일정을 빼 만들어낸 인터뷰 장소가 순댓국집이었다. 골퍼 김홍택(23)을 27일 의정부역 근처 순댓국집에서 만났다. 최소 회덮밥은 고를 줄 알았다는 기자의 질문에 김홍택은 “원래 순댓국을 좋아한다”며 “가격도 저렴하고 평소에도 즐겨 먹는다”고 말했다.

김홍택의 별명은 ‘스크린 골프 황제’다. KPGA 투어에선 무명이지만 스크린 골프팬 사이에선 유명 인사다. 한 라운드 최고 스코어로 21언더파 51타를 기록한 적도 있다. 2015-16시즌 지투어 윈터 1차 대회 1승을 포함해 6개 대회서 ‘톱3’만 5번, 지난 9월에는 ‘삼성증권 mPOP 지투어 매치2’에서 10개월 만에 우승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스크린 골프가 대중화에 성공하며 꽤 많은 직장인 골퍼가 그를 보고 스크린 골프를 연구한다.

김홍택은 “골프 연습장에서 아마추어 레슨을 하는 아버지가 덕분에 채를 잡았다”면서 “집이 그렇게 잘 사는 편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도 전업주부시고 그래서 아마추어 때 라운딩 값도 부담이 됐다”며 “라운딩 1번 갈 돈으로 스크린 골프 10번을 칠 수 있었다. 연습할 돈을 아끼려 스크린 골프를 접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홍택은 ‘스크린 골프 황제’를 넘어서 2017년 한국프로골프(KPGA) 정규투어에 데뷔하게 됐다. 올해 챌린지(2부) 투어에서 1승 포함, 상금순위 7위 안에 들었고 내년 정규 투어 시드도 확보했다.

김홍택은 스크린 골프 덕분에 KPGA 정규 투어에 진출할 수 있었다고 눙쳤다. 그는 “많은 분이 스크린 골프와 실제 골프에 괴리감이 있다고 한다. 나는 스크린 골프와 실제 골프의 드라이브 비거리도 거의 차이가 없다”며 “대회를 앞두곤 항상 스크린 골프로 연습하며 자신감을 얻곤 했다”고 말했다. 또 “숏게임에선 경사가 아무리 심해도 공이 멈추는 등, 오락적인 요소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라며 “퍼팅은 스크린 골프의 그린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오히려 실제 골프보다 더 집중해서 거리를 조절해야 한다. 여기서 익힌 거리감은 실전에서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스크린 골프가 대중화 되면서 상금 규모도 매해 커지고 있다. 지투어 2016-17시즌은 매치 플레이가 신설돼 총 9개 대회가 열리고 있다. 우승상금은 1200만원. 챌린지 투어와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다. 김홍택은 “처음엔 프로 선수들이 (스크린 골프를) 비웃는 건 둘째치고, 이런 투어가 있는지 모르는 선수도 많았다”며 “요샌 프로 선수들이 내게 먼저 찾아와 지투어에 대해 묻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크린 골프라고 해서 쉽게 성적을 낼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곳은 내 최고기록인 21언더파를 쉽게 치는 ‘괴물’ 아마추어들이 득실득실하는 곳”이라고 웃었다.

스크린 골프 신화를 쓴 그의 내년 목표는 KPGA 투어와 지투어, 양대 투어 우승이다. 김홍택은 “올해 월요 예선을 통해 참가한 1부 대회서 너무 많이 긴장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며 “얼마 전 지투어 우승으로 다시 자신감을 얻었다. 겨우내 몸을 더 열심히 만들겠다. 일정이 겹치지 않는다면 KPGA 투어와 지투어 대회 모두 참가하겠다”고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P.S

‘스크린 골프왕’의 비결은 무엇일까? 필드를 넘어서 스크린에서 승리를 따내기 위한 소위 ‘꿀 팁’을 부탁했다. 김홍택은 “스크린 골프는 ‘각도’가 생명이다. 실제 골프와 달리 각을 낮게 치면 공이 굴러가는 거리를 계산하기 힘들다. 어프로치 각이 중요하다. 공이 높이 뜰수록 그린에서 쉽게 멈춘다. 무조건 발사각 40도 이상을 유지해 공을 띄워야 한다. 그렇게해야 ‘런’ 없이 아주 쉽게 공을 원하는 곳에 세울 수 있다. 58도 웨지처럼 각이 높은 클럽으로 쳐도 눌러 치면 각이 낮아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홍택이 지난 12월 27일 경기도 의정부의 한 순댓국집에서 기자와 인터뷰 하고 있다. ‘순댓국 마니아’라는 그는 ‘얼큰 순댓국’을 10분 만에 비웠다.(사진=조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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