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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들의 친구,야구] ‘본즈 기소’는 모순덩어리, 확인 사살의 무리수일 뿐

한들 기자I 2007.11.20 08:51:48
▲ 배리 본즈 [로이터/뉴시스]

[로스앤젤레스=이데일리 SPN 한들 통신원] 배리 본즈가 기소 당하면서 4년여를 끌었던 추문(醜聞)의 드라마가 이제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파국의 끝은 우리시대 홈런왕 본즈의 불명예스러운 은퇴, 아니 강퇴입니다.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본즈의 은퇴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습니다. 본즈에게는 제 편이 없습니다. 논란의 와중에 있는 사람에게 이렇듯 완벽하고 철저한 왕따도 드문 일입니다.

자업자득입니다. 숱한 반전의 시간과 기회가 있었건만 본즈는 모두 날려 버렸습니다. 오만방자와 안하무인의 업보입니다. 본즈는 기자들을 손톱에 낀 때로도 안 봤고, 급기야 공권력까지 한껏 비웃다가 이 지경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다리를 뻗기 전 누울 자리를 미리 살펴야 했고, 인덕 또한 쌓았어야 했는데 본즈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한 인간의 오만의 극치가 어떤 결말을 낳는지를 에누리 없이 보여준 ‘산 교훈’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본즈를 이대로 보내는 게 남은 사람들의 도리일까요? 그 점에서는 선뜻 동의하기가 꺼려집니다.

미국 언론들은 본즈를 1919년 ‘블랙 삭스 스캔들’의 조 잭슨이나 피트 로즈와 동일 선상에서 보고 있습니다. 과연 그런가요? 잭슨이나 로즈는 프로스포츠에서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승부 도박을 벌였습니다.

본즈의 죄는 뭔가요? 금지 약물을 복용한 것입니다. 그것도 호세 칸세코에 따르면 이미 메이저리거들의 85%가 저지른 보편적인 행위였습니다. 굳이 본즈에게 죄라면 같이 약을 먹은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월등한 성적을 냈다는 것뿐입니다.

4년을 추적해 검찰이 기소의 이유로 내건 연방대배심에서 위증과 재판 방해도 다분히 감정적인 처사입니다. 괘씸죄인 것입니다. 물론 진실을 말하지 않아 사법부의 명예와 정의를 훼손시킨 본즈의 죄는 결코 간과할 사안은 아닙니다.

하지만 본즈의 위증은 사회 공익을 해친 것도 아니고, 지극히 개인적인 면탈을 위한 거짓말에 불과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본즈가 약물 복용 사실 자체를 부인한 것도 아닙니다.

검찰이 자신들의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하고 체면을 되찾기 위해 기소했다면 이는 ‘마녀 사냥’의 오해를 받기에 딱 좋고 흑인 사회의 또 다른 저항을 부를 것입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어떤 조치를 취할지도 주목됩니다. 버드 실릭 커미셔너는 기소 소식이 알려진 날 판단을 유보하고 “앞으로 진행을 예의 주시하겠다”는 입장만 밝혔습니다. 연말로 예정된 조지 미첼 약물조사위원장의 공식 발표를 염두에 둔 것입니다. 본즈에게 사법적인 형벌과 별도로 메이저리그 차원의 징계를 서둘러 내릴 경우 미첼의 조사에서 밝혀진 약물 복용 선수들의 징계에 대한 형평성 등 대혼란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즈의 문제는 사법적으로 순수하지 못하고, 메이저리그 내부적으로도 서로 충돌을 일으키는 모순 덩어리입니다. 그것은 이미 그 누구보다도 팬들로부터 지탄을 받아 이미 도덕적으로, 야구적으로 ‘산 송장’이 돼버린 본즈를 다시 한 번 ‘확인 사살’ 하려다 보니 생긴 일입니다. 본즈가 밉지만 그만 미워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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