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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들은 스포츠 관련 직종 가운데 에이전트 직종을 상당히 선호하고 있는 듯 하다. 흔히 에이전트라는 사람들의 일상과 꿈, 그리고 성공을 이야기할 때면 등장하는 영화 ‘제리 맥과이어’처럼 열정과 승부 그리고 돈과 명예가 함께하는 것이 에이전트라는 직업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영화와 현실의 관계가 늘 그렇듯 영화는 영화고, 현실은 현실이다. 일면 에이전트의 일상과 비슷한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는 얘기다.
영화속에서 ‘제리 맥과이어’ 역을 맡은 톰 크루즈가 그랬듯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 계약을 파기당하고, 선수들은 뿔뿔이 떠날 수도 있다. 금전적인 손해, 계약상의 불이익도 그렇지만 사람에 대한 배신감에 잠 못드는 경우도 있다.
반면 별 볼일 없는 선수와 산전수전을 함께하며 이뤄내는 성공에 세상을 모두 얻은 듯한 즐거움을 누리는 경우도 있다. 이 모든 것이 상당히 드라마틱해서 젊은이들의 피를 끓게 할 요소가 틀림없이 있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담담하다. 선수들의 사소한 요구사항들과 푸념, 그리고 애정이 담긴 전화통화와 만남이 이어지고, 구단 관계자들과의 조용한 긴장관계가 계속되는 것이 일상적인 에이전트의 삶이다.
물론 이적시즌이 되면 늦은 밤까지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신뢰를 쌓기 위한 조용한 물밑 작업에 투자한다. 신뢰성과 투명성 등 모든 사업의 원칙들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따라서 생각보다는 드라마틱하지 않은 것이 에이전트의 일이다. 그리고 엄청난 고수익이 당장 떨어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의사를 밝히는 입장이기보다는 상대방의 의견을 듣는 입장일 경우가 많으며, 상대가 원하는 것에 대해 정확하면서도 성실한 답변을 내놓아야 하는 위치가 에이전트의 자리다.
지난 달 29일 서울 모처에서 국제축구연맹(FIFA)의 공인 선수에이전트(Player's Agent) 자격시험이 있었다. 무려 149명의 응시생들이 축구계에서 에이전트로서의 삶을 시작하기 위해 이 시험에 응했다. 아마도 휠씬 더 많은 젊은 이들이 이같은 통과의례를 거쳐 에이전트가 되기를 원할 것이다.
그런 사람이라면 이 시점에서 한번 스스로에게 되물어 보자. ‘나는 에이전트라는 직업에 환상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