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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원샷법에도… 법원 찾는 조선·해양플랜트 업체

김무연 기자I 2018.07.24 20:01:01

'원샷법' 적용대상 태경중공업, 법정관리 신청
1000억 매출 디엠씨, 세계 10위 성동조선도 법정관리
자동차 부품, 건설 관련 업체로 확산될 수도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는 조선·해양플랜트 업황에 관련 업체가 줄줄이 법원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 일명 원샷법까지 도입하며 기업의 구조조정 돕기에 나선 정부의 노력이 무색하게 해당 법안을 적용받는 기업마저도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있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창원지방법원은 지난 18일 태경중공업의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3월 산업통산자원부가 원샷법에 따라 사업재편 계획을 승인한 곳이다. 원샷법은 공급과잉 업종 기업이 신속하게 사업 재편을 할 수 있도록 인수합병(M&A) 등 사업 재편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상법·세법·공정거래법 등의 관련 규제를 풀어주는 특별법으로 지난 2016년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태경중공업은 본래 크레인 받침대, 선박블록 등 조선·해양플랜트 기자재를 주력 사업으로 삼았던 업체다. 조선 경기가 악화되면서 이 회사의 실적은 지속적으로 악화됐다. 지난 2014년 약 15억원 수준이던 순이익은 이듬해 5억원, 그 다음해에는 2억원 수준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이에 태경중공업은 산업통상자원부에 사업재편 계획안을 제출했고 원샷법 적용 대상에 선정됐다. 조선 기자재 대신 핵융합실험로 부조립장비 및 컨테이너 검색기 등을 생산하는 방향으로 사업 전략을 수정했다. 지난해 5월에는 프랑스에 국제핵융합실험로 조립에 필요한 장비를 조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체질 개선 노력에도 지난해 66억원 가량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고 결국 지난 6월 창원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원을 찾는 조선·해양플랜트 관련 업체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해양플랜트용 크레인을 전문으로 제조하는 디엠씨(101000) 역시 지난 6월 서울회생법원에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코스닥 상장사이기도 한 디엠씨는 지난 2014년만 해도 연결기준 매출액 1302억원, 순이익 45억원을 달성한 알짜 회사였다. 그러나 해양 플랜트 수주 감소로 지난해 매출액은 957억원까지 떨어졌고 4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때 수주잔량(CGT) 기준 세계 10위권 조선업체였던 성동조선해양도 기업회생절차를 통해 인수자를 물색 중이다. 지난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파생상품 거래손실 등으로 유동성이 줄어든데다 수주 취소, 신규수주 부진 등이 이어지면서 결국 지난 3월 창원지방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채권단과 법원은 삼일회계법인을 매각주간사로 선정하고 스토킹호스(Stalking-horse) 방식으로 매각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조선·해양플랜트와 마찬가지로 업황이 좋지 않은 건설, 자동차 관련 업체의 법정관리 신청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이미 중소규모 건설사들이 법원을 통해 새 주인을 찾는 일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의 전망도 좋지 않다”며 “정부에서 원샷법 등을 통해 기업 구조조정을 돕고 있지만 업황이 살아나지 않는 이상 법원을 찾는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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