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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둠’의 경고 “내년 韓 증시 큰 폭 조정 온다"

유준하 기자I 2021.11.15 22:10:48

“내년 상반기 소폭 반등하겠지만 크게 보면 하락 추세”
내년도 코스피 예상 밴드 2550~3100 제시
“미국 자산 극심한 과열…비트코인, 대체투자 가치 있어”

[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위드코로나’로 인한 내수 소비 상승에 올해 말이나 내년 1분기 코스피 지수가 잠시 반등하겠지만 하반기로 접어들수록 경기가 둔화하면서 큰 폭의 조정이 올 수 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사진=본인제공)
과거 2001년 9·11 테러 직전의 주가 폭락과 반등,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지난해 주가 급락 등을 예측해 ‘한국의 닥터둠(Dr. Doom·경제비관론자)’으로 알려진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내년도 한국 증시를 이같이 전망했다. 그가 제시한 내년 코스피 예상범위는 2550~3100선이다.

“내년 하반기 경기 큰 폭으로 둔화…기업 파산도 늘 것”

최근 서울 마포구 대흥동 서강대 연구실에서 만난 김 교수는 내년도 하반기 경기가 큰 폭으로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자산과 부채를 뒷받침하고 있는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 경기마저 둔화하는 내년 하반기는 무척 어려운 시기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금리 인상 추세로 국내 기업의 파산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우리나라 기업 중 35%가 이자보상배율이 100% 미만”이라면서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기업이 35%나 된다는 의미인데 금리가 올라가면 이자부담이 늘어나고 경기가 늘어나면 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만큼 기업들이 많이 파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이자보상배율이란 기업이 수입에서 얼마를 이자비용으로 쓰고 있는지 나타내는 수치다.

경기 둔화 전망의 근거로는 경기 선행지수를 들었다. 수출 국가의 특성상 다른 국가에 비해 경기를 선행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한국 수출을 보면 세계 흐름을 알 수 있는데 매월 1일에 지난달 통계를 발표한다”면서 “세계에서 매월 1일 지난달 수출입통계를 발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는데 외국인들이 참고 자료로 많이들 사용한다고 한다. 품목별, 산업별, 국가별 동향을 엿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기에 한국 경기 선행지수도 개인 예측 모델에서 적극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OECD서 발표한 우리나라 선행지수가 7월에 고점을 치고 8~9월 떨어졌는데 국내 통계청 발표 선행지수는 6월에 정점을 찍고 지난 9월까지 3개월 연속 떨어졌다”면서 “이는 앞으로 경기가 둔화될 것이라는 의미로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가 본격화하는 내년 하반기엔 255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올말이나 내년 초 1분기 위드코로나로 인한 내수 소비 증가함에 따라 지수의 상승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그가 예측한 상단은 3100선이다.

“최근 한미 디커플링…한국 증시의 선행적 특징이 반영”

최근 한미 증시 디커플링에 대해서는 국내총생산(GDP) 구조에서 이유를 찾았다. 그는 “올해 3분기 기준 한국 GDP에서 민간소비와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6%와 44%였고 미국의 경우는 민간소비 비중이 70%, 수출 비중은 12%였다”고 운을 뗐다.

이어 “지난해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재택을 하면서 가전제품 등 내구재 소비를 많이 했는데 이 내구재 소비는 한 번 사면 다시 사는 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지난 5월 이후 미국 내구재 소비는 줄고 있다”면서 “한국처럼 내구재 위주 수출 국가는 수출이 둔화되는 추세에 지수가 조정을 받고 있는 셈이고 미국의 경우는 민간소비 비중 70%에 그중 65%가 서비스 소비인 만큼 위드코로나로 인한 서비스 소비 상승 기대감이 더욱 크게 작용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결국에는 큰 흐름에서 같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타 국가 대비 경기가 선행하는 특성을 지닌 만큼 한국 증시는 미국 증시를 선행한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한국 증시가 과대평가 해소되는 국면에 먼저 들어섰지만 미국 증시도 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다시 동조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자산 극심한 과열 상태…비트코인, 대체투자할 가치 있어”

투자 자산으로서 암호화폐에 대한 견해는 의외로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5~10% 정도 비중을 둘 것을 권했다.

김 교수는 “비트코인도 지금 거품이 있지만 5~10% 정도는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지난 2008년 즈음에 비트코인이 등장한 배경을 보면 당시 미국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되지 않았나. 이제 미국 달러 가치를 못 믿겠다는 움직임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순대외부채가 사상 최고치임을 강조하며 장기적으론 달러 가치의 하락세를 예상했다. 그는 “올해 2분기 미국의 총부채가 GDP의 382%로 매우 높았고 순대외부채도 15조4000억달러로 GDP의 68%로 사상 최고치”라며 “다른 국가였으면 즉시 외환위기 날 수준이지만 기축통화라는 이유만으로 견디는 것”이라고 짚었다.

또한 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인 ‘버핏 지수’를 통해 엿본 미국 증시 상황은 과열 상태라고 진단했다. 지난 2분기 기준 미국 증시의 버핏 지수는 332%로 역사적인 최고치 수준이다.

이 같은 배경 하에서 달러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달러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수록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장이 커질 것”이라면서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투자를 해야된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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