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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066570)는 1996년부터 21인치 브라운관 TV를 북한 평양에 소재한 ‘대동강 애국천연색 텔레비전 수상기 공장’에서 생산해 국내로 들였다. 부품을 서해 해로로 운송해 평양까지 공급하고, 공장에서 조립해 다시 배를 통해 국내로 들여오는 방식이었다. 이 TV는 LG 브랜드를 부착하고 생산지는 ‘Made in D.P.R.K(북한)’으로 표시했다. 물량은 연간 약 1~2만대였다.
지난 2000년에는 LG그룹 총수인 구본무 회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을 공식 수행하기도 했다. 당시 구 회장은 평양에서 돌아와 “경협은 북한에도 도움이 되고 우리에게도 도움되는 분야여서 우선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며 “LG도 TV 합영공장 설립 등 대북사업을 구체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005930)도 LG와 같은 공장에서 TV를 생산했다. 삼성전자는 1995년 대북 경제협력 기회를 선점하라는 이건희 회장의 지시에 따라 2000년부터 연간 2~3만대 규모의 TV를 평양에서 생산했다. 당시 삼성그룹은 남북 경제협력 사업을 위해 그룹 차원의 남북경협사무국을 두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평양에서 생산한 물량은 연간 5만대 이하로, 당시 국내 TV시장이 약 250만대 규모였던 것을 감안하면 극히 소량에 불과했다.
특히 부품을 배에 실어 북한으로 보낸 뒤, 다시 배로 들여온 데다, 남한 공장에서 다시 검수를 거쳐야 했기에 물류 비용이 높았다. 일반 제품에 비해 마진율이 굉장히 낮아 회사 입장에서는 이익이 되지 않는 사업이었지만 남북 경협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컸다.
두 회사는 약 10년간 북한에서 TV 생산을 이어왔지만,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과 천안함 사태 등으로 남북관계가 악화되자 중단했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각각 2009년, 2010년에 북한에서 공식 철수했다.
전문가들은 남북 경협을 가로막는 주된 이유는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이라며 남북경제관계에서 정치논리를 배제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본부실장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북한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어렵다”며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남북경협을 추진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