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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펄 끓는 용광로 한반도…지구온난화로 40년 뒤엔 아열대 나라

김보영 기자I 2018.07.26 18:46:18

서울 일평균 35도 이상인 날 연평균 2.7일로 10년새 5배↑
5월 폭염·국지성 폭우·고수온 현상 …아열대화 증거
"지구 온난화 때문…제주 등 해안지역은 이미 아열대"

연일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청계천에 더위를 식히러 온 시민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전국이 열흘 이상 이어지는 폭염 경보에 신음하고 있다. 지난 23일 강릉에서 역대 두번째 초(超)열대야 현상(전날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밤 사이 최저 기온이 30도 이상을 기록)이 관측됐다. 24일 경북 영천에서는 올해 처음 낮 최고기온 40도를 넘었다.

기상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한반도의 아열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2060년경에는 남한지역 전체가 아열대지역에 포함될 것으로 내다봤다.

◇7월말까지 낮기온 35~38도 무더위 지속

아열대 기후대는 연중 가장 추운 달의 평균 기온이 섭씨 영하 3도에서 19도 사이로, 월평균 기온이 영상 10도를 넘는 달이 8개월 이상 지속되는 지역이다. 한국은 지리적으로 중위도(북위 37도)에 속한 온대성 기후대다.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곳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기상 전문가들은 때이른 폭염과 지속적인 열대야 현상은 한반도의 ‘아열대화’가 빨라지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11일부터 26일 현재까지 전국 대부분의 지역은 낮 기온이 35도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7월 전국의 평균 폭염일수(하루 최고기온 33도 이상)는 9.5일로 최악의 폭염을 기록한 1994년(18.3일)과 1978년(10.5일)에 이은 역대 3위다. 5일이 더 남아 있어 1978년 기록은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지난 22일 서울은 낮 최고 기온이 38도까지 치솟아 7월 역대 최고기온을 기록한 1994년 수준(38.4도)에 근접했다. 24일 낮에는 경북 영천의 최고 기온이 40.2도까지 오르는 등 전국에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23일 강릉에서는 오전 6시 45분 최저 기온이 31도를 기록했다. 이는 기상청 관측 시스템이 도입된 1907년 이래 기록된 최저 기온 수치 중 가장 높다. 111년간 전국에서 하루 최저 기온이 30도를 넘은 것은 2013년 8월 8일 강릉에서 30.9도를 기록한 뒤 이번이 두 번째다.

기상청 관계자는 “대기 상층이 고온 건조한 가운데 하층에서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더운 공기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는데다 제10호 태풍 ‘암필’의 영향으로 습한 공기까지 유입돼 올 들어 가장 더운 날씨를 보이고 있다”며 “적어도 7월이 끝날 때까지 낮 기온 35~38도 내외의 무더위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5월 폭염·국지성 폭우·고수온 현상 …아열대화 증거

한반도의 여름은 해가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의 일평균 기온이 35도 이상인 날이 1998~2007년까지 10년동안에는 연평균 0.5일에 그쳤던 반면, 2008~2017년에는 2.7일로 10년만에 5배 이상 늘었다.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패턴도 변하고 있다. 봄·가을은 갈수록 짧아지고 여름은 점점 길고 무더워진다. 봄을 상징하는 5월마저 일부 남부지방에서는 폭염주의보가 내려지는 등 여름으로 바뀐지 오래다.

봄비도 과거와 달라졌다. 지난 5월 서울에 내린 봄비는 시간 당 2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다 뚝 그치기를 반복하는 열대 지방에 내리는 ‘스콜’에 가까웠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국장은 “기록적인 폭염과 강우 형태의 변화는 지구온난화의 영향 때문이며 한반도가 점점 아열대 기후에 접어들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연안 수온(水溫)도 올랐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11일 전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이후 남해를 중심으로 연안 수온이 2~5도 가량 상승했다. 경남 통영 연안의 표층(수심 3~5m) 수온은 26.6~27.8도로 지난해 같은 시기(21~24도)보다 최대 6도나 높다. 전남 장흥군 회진리 연안 수온은 아열대 지역 바다(28~29도)와 동일한 28.5도를 기록했다.

정지훈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내륙은 아직까지 대체로 온대 기후에 속하지만 제주와 부산, 통영, 목포 등 남부 해안지역은 이미 아열대 기후에 들어섰다고 보는게 맞다”며 “우리나라의 연평균 기온도 경제성장에 따른 온실가스 증가로 21세기 후반까지 지속 상승할 것이며, 폭염과 열대야 등 기후 관련 극한지수도 크게 증가할 것이다. 아열대 기후로의 변화 속도가 점점 빨라지니 향후 40~50년 후에는 한반도 전체가 아열대 국가로 분류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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