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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전기" Vs "전기료 인상"..전력시장 개편 신호탄

최훈길 기자I 2017.01.09 17:34:30

연초부터 8차 전력수급계획 여야 힘겨루기 돌입
野 "전기료 인상하더라도 신재생 늘려야"
정부여당 "경제성 우선 원칙 바꾸면 대혼란"
대선 정국서 에너지정책 방향 논쟁 증폭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원전 리스크가 있지만 안정적으로 값싼 전기를 사용할 것인가. 전기요금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친환경 신재생 전기를 쓸 것인가.

여야가 연초부터 향후 에너지정책의 향배를 놓고 힘겨루기에 나섰다. 야당은 전기요금 인상을 감수하더라도 친환경 신재생 전기를 쓰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정부·여당은 신재생 확대에 공감하면서도 경제성을 우선 고려한 현행 방식을 고집하는 상황이다. 대선 정국에서 어떻게 판가름나든지 50조원 전력시장(연간 한전 판매수익 기준)이 술렁일 전망이다.

◇野 “미세먼지·경주지진 고려해야”

(지난해 1~11월 누계, 단위=GWh, 출처=한국전력 전력통계속보)
여야는 10일 장병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국민의당) 주최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관련해 올해 첫 공개 토론에 나선다. 주제 발표에 나선 김창섭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는“싸고 안정적인 전기를 공급해야 한다는 경제급전 원칙이 변화될 수밖에 없다”며 “이제는 요금 인상 및 변동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소비자에게 알려주고 그 당위성을 설명해야 한다”며 전기요금 인상론을 정면으로 제기했다. 장병완 산자위원장, 홍익표 산자위 야당 간사도 “인상론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경제급전 원칙은 ‘연료비 최소화’ 원칙으로서 전력거래소가 발전 연료비가 가장 낮은 발전원부터 전력을 거래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연료비 단가가 가장 저렴한 원자력부터 전력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지게 된다. 경제급전 원칙이 변하면 원전에 의존하는 현행 전력거래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게 된다. 비싼 연료비 단가로 거래 후순위였던 LNG, 신재생도 거래가 늘어날 수 있다.

야당 측은 과거와 달리 환경·안전 이슈를 보다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선 차기정부 때인 2020년 이후부터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이 불가피하다. 지난해에는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 석탄화력 발전에 대한 폐기 요구가 불거졌다. 게다가 경주에서 지진까지 잇따라 발생하면서 원전에 대한 불안감도 증폭됐다.

이에 따라 야당은 석탄화력·원전 등 발전소 증설을 반대하는 상황이다. 앞서 산업부는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전력 예비율을 22%(2029년 기준)로 정해 발전설비를 증설하도록 했다. 하지만 야당은 정부가 전력수요를 부풀려 전력 예비율을 과도하게 높게 설정했다고 비판했다. 홍익표 의원은 “잘못된 전력수요를 맞춰 계속 발전소 공급을 늘리고 있다”며 “신고리 5·6호기 취소를 비롯해 원전 건설계획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여당 “신재생 늘리면 리스크 증폭”

(출처=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산업통상자원부 종합)
반면 정부·여당 입장은 다르다. 신재생을 늘릴수록 리스크만 늘어난다는 입장이다. 유상희 전력거래소 이사장은 9일 산업부 업무보고에서 “신재생 에너지 등 분산 전원이 확산되면 과거보다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며 “에너지 공급선에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산업부 장관 출신인 윤상직 새누리당 의원은 “전력시장 근간을 바꿀 수 있다”며 경제급전 방식을 바꾸는 개정안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게다가 요금 리스크도 문제다. 한전을 비롯한 전력업계에서도 “신재생을 늘릴수록 전기요금이 올라갈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한전에 따르면 전력거래 단가(지난해 상반기 평균)는 원자력(65원/kWh)이 가장 저렴했다. 신재생(89원/kWh)은 석탄(73원/kWh)보다도 비쌌다. 지난해 누진제 논란을 거치면서 ‘값싼 전기’를 원하는 수요도 커졌다. 김창섭 교수도 “향후에는 경제난, 복지 등의 이유로 더 싼 요금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업계 안팎에서는 결국 여론의 흐름, 차기 정부 향배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최근 신년사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제도개편, 또 반(反)원전에 따른 제도개편에 대해 눈을 뗄 수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력업계가 시장을 뒤흔드는 ‘빅뱅’ 앞에 서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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