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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빈손’…성과 없이 39번째 5.18 맞는 與野

조용석 기자I 2019.05.16 17:37:37

이종명 제명 의결 ‘감감 무소식’…윤리특위, 자문위에 발목
與 “자문위 문제, 간사 협상 불가…원내대표 협상으로 풀어야”
먼지만 쌓이는 왜곡 방지 특별법…진상조사위 첫발도 못 떼
“약속 하나도 못 지킨 국회…5.18 지나면 동력 더 떨어져”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윤리특위 위원들이 1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5.18 망언 의원 징계 불발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호, 박정 의원, 권미혁 간사, 송갑석, 위성곤 의원.(사진 = 연합뉴스)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여야가 결국 빈손으로 5.18민주화운동 39주년 기념일을 맞이하게 됐다. 여야가 약속했던 5.18 망언 의원 징계, 왜곡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 처리 등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하나도 지켜지지 못했다. 최근 전두환씨가 광주 무력 진압 계획에 ‘굿 아이디어’라고 칭찬한 정황 등이 속속 공개되면서 빈손으로 광주를 찾을 정치권을 향한 눈길은 더 싸늘하다.

◇이종명 제명 의결 ‘감감 무소식’…윤리특위, 자문위에 발목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6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5.18에 대해 “진보만의 역사가 아니라 보수도 마땅히 존중해야 할 역사”라고 평가한 뒤 여야가 3가지 과제를 마치고 광주를 방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가 언급한 과제는 △5.18 망언 의원에 대한 한국당 내부 징계 △국회 차원의 징계 △5.18 왜곡 방지를 위한 특별법 처리 등 3가지다. 그는 “국회 정상화가 오늘이라도 이뤄져 5.18 훼손을 방지하는 법과 제도를 약속하고 광주를 찾아야 한다”며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한국당은 자체 윤리위원회에서 5.18 망언 의원 3인(김진태·김순례·이종명) 중 이 의원에 대해서는 제명 처분을 했지만, 김진태·김순례 의원에 대해서는 각각 경고와 당원권 3개월 정지에 그쳤다. 솜방망이 징계 논란 외에도 아직 이 의원에 대한 제명처분이 3개월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당 당규에 따르면 의원총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가 있어야 제명 의결이 가능하다. 나 원내대표 지난 14일 “이번 주 상황으로는 쉽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5.18 기념일 전 이 의원에 대한 제명 의결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국회 차원의 징계를 다투는 윤리특별위원회는 더 진척이 없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지난 2월 망언 3인방을 제명하겠다며 이들을 국회 윤리특위에 함께 제소했으나, 3개월 가까이 자문위원회 구성도 정리하지 못한 상황이다. 자문위는 윤리특위에 징계수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데, 현재 한국당·바른미래당 추천 위원이 민주당이 추천한 장훈열 위원장의 자격 문제를 들어 심의를 거부해 파행을 빚고 있다.

전날 진행된 윤리특위 간사회동에서 민주당 간사인 권미혁 의원은 자문위 의견 없이 징계절차를 밟자고 제안했으나 다른 당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의원은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자문위 문제는 간사회동을 통해 풀어내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교섭단체 원내대표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먼지만 쌓이는 왜곡 방지법…진상조사위는 첫발도 못 떼

5.18 왜곡을 방지하기 위한 특별법 개정안은 지난 2월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 됐으나 아직 단 한 번의 심의도 받지 못한 채 잠자고 있다. 이철희 민주당 의원 등 166명이 발의한 해당 법안은 5.18 관련 부인·왜곡·날조 또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사람을 7년 이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무겁게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야4당은 지난달 22일 패스트트랙 공동 합의문에도 ‘5.18 민주화 운동 특별법 개정안은 늦어도 5월18일 전 처리한다’는 문구를 넣었지만 결국 지키지 못할 약속이 됐다.

또 5.18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에 따른 진상조사위원회는 조사위원 추천을 두고 여야가 대립하면서 아직 첫발도 떼지 못한 상태다. 조사위원은 국회의장(1명)과 여당(4명), 야당(4명) 등 9명으로 구성된다. 청와대는 지난 2월 한국당 추천 조사위원 3명 중 2명(권태오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에 대해 법률상 위원 자격요건을 들어 임명을 거부하고 재추천을 요청했으나, 한국당은 이를 3개월 넘게 거부하고 있다.

국회가 5.18 관련 답답한 행보를 이어가는 가운데 속속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 공분은 커지는 상황이다. 주한미군 정보요원 출신 김용장씨는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전두환이 계엄군 발포(1980년 5월21일) 직전 광주 제1전투비행장(K57) 비행장에서 정호용 특전사령관 등과 회의했다고 밝힌 뒤 “당시 회의에서 (발포명령이 아닌)사살명령이 전달됐다고 하는 게 합리적 추정”이라고 증언했다. 또 1980년 당시 2군 사령부가 작성한 문건에서 전두환씨가 5.18 최후 유혈진압 작전을 ‘굿 아이디어’라고 칭찬한 문건이 나오기도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회가 5.18 관련한 수많은 약속을 했지만 결국 하나도 지키지 못하고 5.18 기념일을 맞이하게 됐다”며 “5.18 기념일이 지난 후에는 처리동력이 떨어질 텐데, 국회가 계속 관심을 기울여 처리할지도 미지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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