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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A씨가 남편의 신분증을 꺼내려고 지갑을 열었다가 남편의 불륜을 의심할 만한 고급 레스토랑 영수증을 발견했다고. 레스토랑을 방문한 날은 남편과 친구들이 낚시를 간다고 했던 날이었다.
수상함을 느낀 A씨는 남편의 휴대전화를 확인했고 의심은 확신이 됐다. 불륜은 이혼 전부터 이어져왔고 남편은 상간녀에게 A씨의 사진을 보여주며 “완전 아줌마”라고 뒷담화까지 했다.
이를 확인한 A씨가 “상간자 소송을 하겠다”고 하자 남편은 “아들이 아프기 전의 일이다. 상간녀와 헤어지기로 했다”며 용서를 빌었다. A씨는 고민 끝에 아들을 위해 남편을 용서하고 다시 혼인신고를 마쳤다.
그러나 1년 뒤 A씨는 남편이 한 여성과 같은 아파트 다른 동에서 한 여성과 팔짱 끼고 나오는 모습을 목격했다. 알고 보니 남편은 헤어지겠다던 상간녀를 계속 만나고 있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A씨 부부가 사는 아파트 근처로 상간녀도 이사를 왔고 동네 주민들에게 상간녀는 자신을 남편의 본처라고 말하고 다녔다. 그 사이 A씨는 상간녀가 돼 있었다.
A씨는 “상간녀가 미용실에 가거나 세탁소에 갔을 때 공공연하게 내 남편을 자기 남편이라고 소개했더라. 우체국 직원도 남편의 등기를 상간녀한테 ‘사모님’이라고 하면서 전해주더라. 난 아픈 아이를 돌보느라 정신이 없어서 몰랐다”고 밝혔다.
상간녀가 이토록 당당할 수 있었던 이유는 든든한 뒷배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시댁이었다. 상간녀는 시할머니 팔순 잔치에 참석해 한복을 입고 가족사진까지 찍는 등 본처 대접을 받고 있었다. 시댁 안방에도 이날 상간녀와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 있었다고.
당시 A씨의 아들은 수술까지 받을 정도로 위중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남편과 이혼하면 병원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기 힘들어 남편의 불륜을 눈감아줄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동네에서 손잡고 다니는 남편과 상간녀를 마주친 A씨는 “아들 보기 부끄럽지도 않냐”고 소리쳤다. 그러자 남편이 다가와 목을 졸랐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가 숨이 막혀 헉헉거리자 상간녀는 “쇼하고 있네”라는 막말을 내뱉었다. 또 상간녀는 A씨를 “사기꾼”이라고 조롱하고, 남편은 “저 여자가 내가 원하지도 않는 데 마음대로 혼인 신고했다”고 허위 주장을 펼쳤다.
A씨는 “아들의 병이 5년 만에 완치됐다. 아들이 ‘엄마 나 이제 다 나았으니까 그 여자 벌 주자’고 하더라. 그래서 용기를 내고 제보를 결심했다”며 “상간녀가 본처 행세하며 위풍당당 6년째 불륜 중인데 이제라도 상간자 소송이 가능하냐”고 조언을 구했다.
사연을 접한 박지훈 변호사는 “상간녀가 본처 대접을 받아 사실혼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법상으로는 법률혼 관계에 있으면 사실혼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불법적 사실이라고 봐서 상간녀가 했던 행동은 인정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정행위가 계속 반복되고 있어서 소멸시효는 상관없을 것 같다. 남편과 상간녀한테 손해배상 소송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