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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그룹 부회장, "노조 잦은 파업으로 신차 논의 어려워" 경고

이소현 기자I 2019.02.07 20:27:21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프랑스 르노그룹이 르노삼성자동차에 경고장을 보냈다. 르노삼성차 노동조합(노조)이 부분파업만 28번째 진행하는 역대 최장 파업을 강행하는 상황을 우려해서다.

7일 르노삼성 측에 따르면 로스 모저스 르노그룹 제조총괄 부회장은 최근 임직원에게 보내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르노삼성 노조 파업이 지속되면 르노삼성과 로그 후속 차량에 대한 논의를 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모저스 부회장은 3분가량의 영상메시지에서 노조가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며 지난해 10월부터 장기 부분파업을 벌이는 상황에 우려를 나타냈다. 르노그룹 최고위급 임원이 영상메시지를 통해 특정 사안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모저스 부회장은 “르노삼성이 그룹 내 모범 사례로 지금껏 잘해왔다”면서도 “최근 르노삼성 노조 파업이 지금껏 쌓아온 신뢰를 바닥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상’ 과정에서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며 부분파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 30일까지 부산공장에서만 총 28차례 부분 파업(104시간)을 진행했다.

르노삼성차는 모저스 부회장의 발언이 부산공장에 배정돼 있는 로그 위탁물량을 향후 모두 빼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경계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파업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답답한 마음에 우려와 당부의 말을 전한 것”이라면서 “다른 해외공장들이 로그 위탁물량을 받길 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저스 부회장이 노조에 임단협 협상을 하는 것은 좋으나 파업은 자제해야 한다는 의미로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9월 르노삼성 부산공장에 대한 로그 위탁물량 생산 계약은 만료된다. 르노그룹은 인건비와 생산 원가, 공급의 안정성 등을 고려해서 신차 물량을 배정한다.

◇신차 부재로 판매 돌파구 찾기 어려워

노조와 임단협 장기화 속에 르노삼성차는 올해 판매 목표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내수 시장 기준 9만대 안팎을 전망하고 있지만, 경쟁사들의 신차 효과를 고려하면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해를 넘긴 임단협이 언제 타결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올해 계획을 발표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총 22만7577대를 판매했다. 전년 대비 17.8% 감소한 규모다. 내수 판매는 10.1% 줄어든 9만369대, 수출은 22.2% 떨어진 13만7208대에 그쳤다. 당초 목표(내수 10만대·수출 17만대)에 한참 모자란 성적이다.

이로써 르노삼성은 지난해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 한국GM에 이어 내수 시장 5위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달 내수 판매는 전년동월 대비 19.2% 감소한 5174대에 머물렀다.

판매 부진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를 상쇄해줄 신차는 부재한 상황이다. 현대차의 팰리세이드, 쌍용차의 신형 코란도, 한국GM의 트래버스 등에 대항할 만한 모델이 없어 당분간 판매 감소는 불가피하다.

수출도 위태롭다. 닛산 로그 위탁생산이 오는 9월 종료되지만, 아직까지 후속 차량도 배정받지 못한 상태다. 지난해 르노삼성이 수출한 로그 물량은 10만7245대로 회사 전체 수출 물량의 78%, 전체 판매량의 47%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로그 후속 물량을 배정받지 못한다면 르노삼성은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며 “르노그룹은 신규 물량을 배정할 때 인건비를 포함한 생산원가와 안정적인 공급능력을 보는데, 르노삼성의 임단협 지연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노사관계 불안으로 로그 후속 물량 불투명

르노삼성은 국내 완성차 5개 업체 중 유일하게 2018년 임단협 타결에 이르지 못했다.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해 6월 첫 상견례 이후 임단협 협상을 진행했지만, 지난달 29일 열린 제13차 교섭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말 강경파 노조 집행부가 출범하면서 파업이 잦아진 것은 르노삼성 입장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 30일까지 부산공장에서만 총 28차례 부분 파업(104시간)을 벌였다. 이로 인해 회사가 입은 생산 손실은 10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사측은 노조가 인상을 요구하는 기본급은 동결하는 대신 보상금을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다. △기본급 유지 보상금 100만원 △생산성 격려금(PI) 350%(300% 기지급 또는 지급예정 포함) △이익배분제(PS) 선지급 300만원 △성과격려금 300만원 △최저임금법 개정에 따른 정기상여 지급주기 변경 등에 따른 보상금 등 사측이 제시한 보상액은 최대 1400만원이다.

하지만 노조는 △기본급 10만667원 인상 △자기계발비 2만133원 인상 △단일호봉제 도입 △특별 격려금 300만원 지급 △축하 격려금 250% △2교대 수당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사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8개월째 이어진 임단협 협상이 더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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