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레슨목적'이면 5명 이상도 괜찮다?…실외체육 방역 사각지대

박순엽 기자I 2021.01.28 16:57:53

‘5인 이상 사적모임’ 제한, 야외서도 지켜야하나
풋살장에선 ‘교습 목적 꼼수’ 6:6 경기도 열리고
산에선 동호회원 10명 모여 사진 찍어도 지적無
“규제만 있고, 단속은 없다” 실효성 지적도 나와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풋살(미니축구) 동호회 회원 김현기(가명·31)씨는 며칠 전 평소 자주 이용하던 풋살장에서 예약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풋살은 5~6명이 한 팀을 이뤄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5인 이상 사적모임’ 제한 대상이다. 김씨는 방역 조치를 지키기 위해 취미활동을 쉬고 있는데 오히려 풋살장이 나서서 경기 예약을 권유했기 때문이다.

의문이 생긴 김씨가 전화를 걸어 방역 수칙을 위반하지 않고 5인 이상이 모여 경기할 수 있는지 묻자 풋살장 측은 “레슨 목적이라고 하면 50인 이하까지는 한 경기장에 모일 수 있다는 관계 기관의 해석을 들었다”고 답했다. 즉, 교습을 목적으로 내걸면 동호회 간 경기도 할 수 있다는 걸 넌지시 일러주는 대답이었다.

지난해 4월 서울 시내 한 풋살장에서 이용객들이 풋살을 즐기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사진=연합뉴스)
‘교습 목적이라고 하면 10인 경기도 가능’ 꼼수 등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고자 방역 당국이 ‘5인 이상 사적모임’을 금지하도록 했지만, 일부 야외 스포츠 동호회 회원들 사이에선 방역 수칙을 교묘히 피해 가는 이른바 ‘꼼수’가 성행하고 있다. 여러 사람과 어울리는 동호회 활동을 이어나가고자 방역 수칙의 예외나 빈틈을 이용하는 행태가 나타난 것이다.

앞서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지난 20일 실외 체육시설에서 5명 이상이 동호회 성격으로 모여 운동해선 안 된다는 지침을 밝혔다. 일부 실외 체육시설이 현재 실내 체육시설에 적용 중인 ‘8㎡당 1명’ 기준을 끌어와 동호회 간 경기 목적으로 장소를 대여하자 방역 당국이 ‘동호회는 사적모임’이라고 재차 선을 그은 셈이다.

다만, 방역 당국이 교습 형태라면 5명 이상이 실외 체육시설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고 조건부 허용하자 일부 풋살장은 최근 교습을 조건으로 동호회에 경기 장소를 대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데일리가 실제로 수도권 10여개의 풋살장에 경기장 예약이 가능한지 묻자 일부 풋살장에서 ‘교습 목적으로는 5명 이상이 참여해도 경기를 진행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이에 풋살 동호회 사이에선 ‘레슨 목적 매치’라는 형태의 기이한 경기 방식이 등장했다. 동호회 회원이 레슨 강사를 맡아 약 10~15분 정도 형식상 레슨을 진행하고, 그 이후 시간엔 동호회 간 경기를 치른다. 방역 당국의 지침을 사실상 어긴 셈이다. 그러나 최근에도 인터넷 커뮤니티엔 이런 형태로 5대5, 6대6 경기를 치를 팀을 구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포근한 날씨를 보인 지난 24일 서울 북한산 백운대가 등산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북한산국립공원 산악안전봉사단 제공·연합뉴스)
다른 일부 동호회도 마찬가지…‘단속 없다’ 지적

이처럼 꼼수를 써서 동호회 간 경기를 하는 모습에 풋살 동호인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쏟아진다. 상식적이지 않은 방법을 이용해 방역 수칙을 어기고 있다는 지적이 가장 대표적이다. 김씨는 “풋살 동호회 회원치고 경기 안 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이런 식으로 하다가 확진자라도 나와 풋살장을 오래 이용하지 못하게 될까 봐 겁이 난다”고 성토했다.

경기도에서 풋살장을 운영하는 한 업주 이모(39)씨도 “구청에 물어본 결과 5인 이상의 동호회 활동은 안 된다는 대답을 들어서 풋살장 운영을 사실상 중단하고 있다”면서 “정부 기관에 방역 수칙으로 인한 제재를 풀어달라고 요청하고 당당하게 영업을 해야지, 몰래 꼼수를 써서 영업하는 건 옳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꼼수를 쓰는 건 아니지만, 최근 여러 젊은층까지 인기를 끌고 있는 등산이나 자전거 타기 등 실외 스포츠 동호회에서도 방역 수칙을 어기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5명이 넘는 회원들이 모여 함께 산을 타고,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른바 ‘인증사진’ 형태로 등장하는 일이 흔히 있기 때문이다.

이에 규제만 있고, 규제를 지키게끔 하는 단속 등의 조치가 미비하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젊은층에서 유행하는 ‘혼산(나 홀로 산행)’을 즐기는 박모(33)씨는 “등산 동호회에서 10명이 넘게 함께 와서 사진을 찍고 떠들어도 단속하는 사람이 하나 없다”며 “이런 식이면 야외에서의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가 효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