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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쪽방촌 개발한다더니…주민 협의 없었다

황현규 기자I 2021.02.09 17:14:15

2·4 대책 다음 날 서울역 쪽방촌 개발 기습 발표
쪽방촌→2410가구로 탈바꿈 사업
주민 “사전 협의도 없었고 보상도 형편 없다”
공공주도 사업…첫발부터 ‘삐그덕’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정부가 서울역 쪽방촌 재생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원주민들과의 협의를 전혀 안 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들은 “어떤 의견 수렴도 없이 기습적으로 발표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정부 주도의 개발 사업이 첫걸음부터 삐그덕하는 모습이다.

후암특별계획1구역(동자) 준비추진위원회는 9일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가 토지·건물주들과 어떤 협의나 의견 수렴도 이뤄지지 않은 내용으로 아무런 사전 동의 없이 계획을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정부 계획을 결사반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5일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일대 4만7000㎡를 공공주택지구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공공주택 1450호, 민간분양 960호 등 총 2410호의 주택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2·4 공급 대책이 나온 다음날로 사실상 공공주도 사업의 신호탄을 알리는 사업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주민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발표를 강행하면서, 주민들의 반발이 큰 상황이다. 추진위는 “지난해 5월 27일 종전의 지구 단위 도시계획 기간이 만료돼 올 연말에 발표되는 용역 결과를 기다리던 중이었다”며 “언론 보도를 통해 정비사업 추진 방안이 발표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유재산권을 박탈하고 토지·건물주를 개발행위 결정에서 완전히 배제한 것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추진위는 정부의 보상안도 기대에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강제 수용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추진위는 “공공의 이익이라는 명분으로 사유재산권을 박탈하는 행위”라며 “정부 계획은 사유재산을 사실상 대규모 강제 수용하겠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토부가 말한 보상의 개념도 정부가 지정한 토지를 공시지가에 따라 현금청산 후 토지와 건물 소유자의 사유재산권을 박탈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반박했다.

추가 집단 행동도 예고했다. 추진위는 “이번 사업의 공공분양권을 받으려면 2026년까지 무주택자여야 입주할 수 있다고 한다. 수십년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낙후 우범지역으로 전락해 해당 토지·건물주는 타지역으로 이주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토지·건물주를 단순 투기꾼으로 취급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법적 대응을 포함해 사유재산을 지키기 위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진위는 이번 대책이 선전용이라고 비판했다. 추진위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급히 튀어나온 선전용 공급 확대 대책에 우리가 희생양이 되는 것 아니냐”면서 “우리의 모든 것을 걸고 결사 항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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