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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시즌2' 日스가 내각 출범…절반이 그때 그사람

김보겸 기자I 2020.09.16 17:28:27

16일 중·참의원 선거서 과반 확보해 총리로
무파벌·무혈연 정치인으로 일본 1인자 올라
새 내각 면면 보면 절반 이상 아베때 인물

일본 제99대 총리에 당선된 스가 요시히데 (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아키타현 스가 총리대신 축하합니다”

16일 오후 2시 일본 아키타현 유자와시 시청. 스가 요시히데 신임 총리의 고향에서 주민 100여 명은 차기 일본 총리를 지명하는 중의원 선거 개표를 지켜봤다. 미리 준비해둔 ‘스가 일본 총리대신’이라는 플래카드를 손에 쥔 채였다. 선거 결과 67.9%를 득표해 총리 지명이 사실상 확정되자 이들은 만세를 외치며 아키타현 첫 총리 배출을 환영했다. 이어진 참의원 선거에서도 스가 총리는 59%의 선택을 받아 제99대 일본 총리에 올랐다.

스가 총리의 모교인 아키타현 유자와 고등학교의 사사키 아카리(18)양은 “시골 아키타현에서 도쿄로 떠나 일본의 1인자가 됐다”며 “나에게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7년 전 스가 총리가 관방장관 시절 모교를 찾아 한 강연에 참석했다는 사사키 유우야(24)씨 역시도 “스가 총리가 자랑스럽다. 그가 열심히 하고 있어 유자와 고등학교도 힘낼 수 있다”며 그의 당선을 축하했다.

벽촌의 딸기 농장에서 태어나 무작정 도쿄로 상경해 비서직에서 총리까지 오른 자수성가형 인물. 스가 총리는 세습으로 점철된 일본 정계에서 이례적으로 별다른 지연과 혈연 없이 총리 자리에 올랐다. 그가 16일 발표한 새 내각 인사에서 절반 이상을 이전 내각의 인물로 구성하자 스가 내각이 사실상 아베 내각을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무파벌·농촌마을 첫 총리

일본 정계에서 파벌 없이 이기기는 쉽지 않다. 국회의원 선거가 총리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일본의 투표방식을 고려하면 스가 총리의 압승은 어느 파벌에도 속하지 않으면서 거둔 흔치 않은 성과다. 1955년 자민당 창당한 이후 무파벌 출신이 총리에 오른 것은 그가 처음이다. 스가 총리는 한때 오부치파와 코가파 등에 속했지만 2009년부터는 무파벌을 선언하며 “파벌 해소”를 강조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를 총리 자리에 오르게 한 건 자민당 7개 파벌 중 5개의 지지였다.

또한 스가 총리는 농촌 마을인 아키타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총리에 당선됐다. 국회의원 출신 부모와 조부모로부터 지역구를 물려받는 세습 정치인이 많은 일본 정계에서 드문 사례다. 전임 아베 총리는 아버지인 아베 신타로 전 자민당 간사장으로부터 지역구를 물려받았다. 반면 스가 총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농가를 물려받으라는 아버지 제안을 거절하고 무작정 도쿄로 상경했다. 전기회사에서 일하다 “나라를 움직이는 것은 정치”라며 대학 동문을 찾아가 국회의원 비서관부터 시작해 요코하마 시의원을 거치며 총리 자리에 올랐다.

‘스가 내각’ 과반이 ‘그때 그 사람’

스가 총리는 일본 정치에서 드물게 파벌과 혈연 없이 자수성가해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새롭게 발표한 내각 인사의 면면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아베 내각과 크게 차이나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스가 내각에서 기용하는 장관 20명 중 절반 넘는 이들이 ‘그때 그 사람들’이다. 8명은 아베 정권에서 맡은 직책을 유지한다.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이 대표적이다. 스가 총리는 지난해 9월 관방장관 시절 아베 당시 총리가 탐탁지 않아 했던 고이즈미를 환경상에 앉힌 데 이어 이번 내각에서도 유임했다. 내각 2인자로 통하는 부총리 겸 재무장관도 아소 다로 현 부총리가 그대로 맡는다.

아베 내각에서 자리만 이동해 계속 장관을 맡는 인물도 3명이다. 스가 총리는 관방장관 자리에 아베 전 총리의 최측근인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상을 내정했다. 불과 5명만이 스가 내각에서 처음으로 입각하는 ‘뉴 페이스’다. 이마저도 국방장관직에는 아베 전 총리의 동생인 기시 노부오 자민당 중의원 의원을 기용했다.

14일 자민당 신임 총재로 당선된 스가 요시히데에게 아베 전 총리가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사진=AFP)
제2의 아베 내각 되나

또한 스가 총리는 아베 전 총리의 유산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 14일 스가 총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70%의 득표율로 압승한 뒤 “아베 총리가 추진해 온 노력을 계승하고 추진할 사명이 있다”며 당선 소감을 밝혔다. 양적 완화를 주축으로 하는 ‘아베노믹스’와 미·일관계를 주축으로 하는 외교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가 내각이 이전과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0년 전 자민당과 스가 총리를 담당한 기자는 아사히신문에 “스가 내각은 아베의 정책 색깔이 빠진 정권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가 총리의 임기가 1년 정도로 짧기 때문에, 아베 전 총리의 숙원이었던 평화헌법 개정 등을 강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물론 스가 총리도 자민당원이기에 당론을 목표로는 하겠지만 국회 일정이라든지, 자신의 임기가 내년 가을까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권의 기반을 안정시켜야 하기 때문에 밀어붙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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