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언 폭로에 '심기불편' 트럼프.. 북미 2차 핵담판 결렬

방성훈 기자I 2019.02.28 16:54:28

트럼프, 기자회견서 코언 청문회 모두 본 듯 답변
미국내 전세 역전시킬 큰 '한방' 내놓기 어려워
북미회담 오찬·서명식 실익 크지 않다고 판단한 듯
작년 중간선거 패배 후 佛서도 미군 묘지 참배 돌연 취소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2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오찬 및 서명식을 취소한 이유에 대해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오랜 기간 그의 개인 변호사로 일했던 마이클 코언의 의회 폭로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가 불편해진 것이 독(毒)으로 작용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예정된 시간보다 앞당겨 기자회견을 실시했다. 코언 폭로와 관련된 질문을 받은 그는 코언의 의회 청문회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지켜본 듯 대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유착이 없었다는 증언만 진실이다. 나머지는 모두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왜 그러한 청문회를 이러한 중요한 정상회담 기간 도중 진행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코언의 폭로가 북미 핵담판 결렬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정상회담 개최에는 내년 재선을 앞두고 정치적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가 담겼다.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고 자리를 비웠는데, 오히려 미국내 관심은 코언 의히 청문회에 더 많이 쏠리면서 더 큰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코언은 미국 하원 감독개혁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을 ‘인종차별주의자’, ‘사기꾼’, ‘협잡꾼’이라며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폭로했다. 트럼프 대통령 개인 변호사로 10여년 동안 부동산 거래부터 언론 홍보까지 온갖 굳은 일을 도맡아온 최측근의 폭로여서 미국 정가는 물론 시민들에게도 큰 충격을 줬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서두르지 않겠다”고 누차 밝혀온 만큼 전세를 역전시킬 만한 ‘한 방’을 내놓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없다면 오찬도 서명식도 실익이 크지 않아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정상회담이 한창인 도중 코언의 폭로에 대한 비난 트윗을 올렸다는 점도 그의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음을 시사한다.

동선부터 메뉴까지 촘촘하게 짜여져 있었던 북미 정상의 오찬과 서명식이 취소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외교가에선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행보와 견줘보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라는 반응도 나온다.

이미 비슷한 전례도 있다. 지난해 11월 제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프랑스를 방문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예정됐던 미군 묘지 방문을 갑자기 취소했다. 단순히 날씨가 좋지 않다는 이유였다. 그가 방문하려고 했던 엔-마른 묘지는 1차 세계대전 당시 ‘해병대의 전설’로 불린 벨로 숲 전투가 벌어진 곳이다. 이 곳에서 1800명 이상의 미군이 전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악천후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중간선거에서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한 채 각국 정상들이 모인 자리에 모습을 보이기 싫었던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미국 정치평론가들 사이에서 나왔다. 한 마디로 ‘내키지 않아서’라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당시 “3800마일을 날아 프랑스까지 와서 트럼프 대통령이 왜 불참했는지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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