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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회의 안 해도'…현대판 연좌제 대주주 3억 합산과세 폐지한다

최훈길 기자I 2020.10.07 17:39:03

홍남기 “세대 합산을 인별로 전환 검토”
대주주 10억→3억, 수정 없이 유지키로
종목별 3억원 이상 보유자 9만명 육박
투자자 반발, 與 “3억 대주주 유예해야”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한광범 기자] 홍남기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시 조부, 자녀 등 직계존비속 보유지분을 합산해 적용하는 방식을 폐지하고 개인별 과세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가족 합산으로 과세하는 것은 현대판 연좌제, 과잉 과세라는 반발을 반영한 조치다. 여당은 대주주 요건을 3억원으로 강화하는 방안도 유예나 폐지할 것을 주문했지만 홍 부총리는 공평 과세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거부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제공
홍 부총리는 7일 국정감사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세대 합산을 인별 기준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현재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개인별로 전환하면 (대주주 기준이) 6억~7억원으로 완화되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기자들과 만나 “세대 합산은 폐지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며 “폐지되면 본인 기준으로 부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한 기업의 주식을 10억원 이상 가진 투자자(대주주)는 주식을 팔 때 양도차익에 따라 22~33%의 양도세(지방세 포함)를 내야 한다. 정부는 2017년 세법 개정에 따라 내년 4월부터 대주주 기준을 3억원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이때 3억원은 해당 주식 보유자를 비롯해 친가·외가 조부모, 부모, 자녀, 손자·손녀 등 직계존비속과 배우자 등이 보유한 물량을 모두 포함한 금액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친족간 교류가 과거같지 않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라는 비난이 일었다.

대주주 요건 3억원 확대는 예정대로 추진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원칙적으로는 기존 정해진 정책방향을 지켜야 하지 않나”라며 유지 방침을 재확인했다. 홍 부총리도 “(국정과제·세법 개정에 따라) 2017년 하반기에 결정한 사안으로 자산소득세 강화, 과세 형평을 위한 것”라며 철회 또는 유예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기재부가 한국예탁결제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작년말 기준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 시장에서 종목당 3억원 이상 보유자는 약 9만명이다. 내년부터 이들 투자자들이 수익을 내면 최대 33%의 양도세를 내야 한다.

투자자들은 “대주주 요건 3억원 확대가 예정대로 시행된다면 개미들의 엄청난 매도에 기관과 외인들의 배만 채울 것”이라며 반발했다. 지난 5일 올라온 ‘홍남기 기재부 장관 해임을 강력히 요청합니다’ 청원에 7일(오후 5시 기준)까지 6만명 넘게 동의했다. 기재위 여당 간사인 고용진 민주당 의원은 “2023년 주식 양도세 전면과세가 된다”며 “(2022년까지)향후 2년간 현행대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처=기획재정부, 금융투자협회 등]
‘세금 사각지대’인 주식 양도소득에 과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주주 요건이 꾸준히 강화돼 왔다. 가족들이 담합해 차명으로 증권계좌를 개설하거나 세금을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가족 합산으로 주식 양도세가 부과됐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대주주 3억원 요건은 해당 주식 보유자를 비롯해 친가·외가 조부모, 부모, 자녀, 손자·손녀 등 직계존비속과 배우자 등이 보유한 물량을 모두 포함한 금액이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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