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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SK, 美서 배터리 소송전…"핵심인력 빼갔다" vs "정당한 채용"

김미경 기자I 2019.04.30 20:10:13

LG화학, SK이노 상대로 美서 제소
제2의 반도체 둘러싼 치열한 신경전
LG화학 “핵심인력 76명 빼가 영업비밀 유출”
SK이노 “채용방식 문제없어…법적 소명할 것”
국가 경쟁력 악화·영업 타격 불가피

(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 간 과열경쟁이 결국 소송전으로 번졌다.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전기차용 베터리 시장을 놓고 핵심 인력 쟁탈전을 벌이던 중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에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SK도 맞소송을 예고하는 등 진흙탕 싸움 양상으로 번질 기세다. 재계 안팎에선 국내 배터리 기업 간 법적다툼이 자칫 국가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이미지 실추는 물론 양사의 영업 타격이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 업체들에 반사이익을 줄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2차전지 관련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한 것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의 거센 추격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업계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은 과감한 투자를 통해 LG화학을 바짝 추격 중이다. 전기차 배터리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집중 육성한 덕분이다. 최근엔 폭스바겐으로부터 2022년부터 2029년까지 공급할 전기차 배터리 물량을 수주해 미국 조지아 공장 건설에 나서며 경쟁사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지난달 미국 조지아주 공장 기공식을 통해 오는 2023년까지 글로벌 톱3 배터리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LG화학은 업계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이 최근 대규모 수주를 따내는 성과 이면에 지난 2년간 자사로부터 꾸준히 핵심인력을 빼가며 영업비밀이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기밀을 이용해 배터리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대폭 단축했다는 주장이다. 실례로 LG화학은 자사의 2차전지 관련 특허건수는 1만6685건인 반면 SK이노베이션은 1135건이라고 지적했다.

LG화학측은 “SK이노베이션의 입사지원서류에 따르면 지원자가 LG화학에서 수행한 프로젝트와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한 동료의 실명까지 묻는 등 LG화학의 영업비밀을 매우 상세하게 기술하도록 요구하는 항목이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또 LG화학은 “지원자들이 집단적으로 공모해 이직 전 LG화학의 시스템에서 개인당 400~1900여건의 핵심 기술 문서를 다운로드 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2017년부터 2년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의 연구개발, 생산, 품질관리, 구매, 영업 등 전 분야에서 76명의 핵심인력을 빼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LG화학은 올초 대법원에서 2017년 당시 SK이노베이션으로 전직한 핵심 직원 5명을 대상으로 제기한 전직금지가처분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것도 이같은 의혹을 뒷받침해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채용방식에 문제가 없고, 기업의 정당한 영업활동에 대한 불필요한 문제제기”라며 “국내 이슈를 외국에서 제기하며 국익을 훼손한 점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에서 제기한 이슈들을 명확하게 파악, 필요한 법적인 절차들을 통해 확실하게 소명해 나간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양측의 신경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호영 LG화학 사장은 올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SK이노베이션의 수주 열기가 거세다”라는 애널리스트 질문에 “일부 경쟁사가 공격적인 가격으로 수주에 뛰어들고 있지만 LG화학은 수익성과 경제성이 확보되지 않는 (저가) 수주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월 독일 한 매체는 LG화학이 폭스바겐 측에 SK이노베이션과 협력을 지속할 경우 전기차 배터리 납품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LG와 SK의 법정 싸움이 장기화할 경우 배터리 주도권을 중국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2월 누적 시장점유율(출하량 기준)은 중국 CATL(26.4%), 중국 BYD(16.0%), 일본 파나소닉(15.9%), LG화학(10.4%), 삼성SDI(3.3%), SK이노베이션(1.7%) 순으로 한·중·일 3국이 경쟁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배터리시장을 놓고 벌어진 수주전 과열 양상이 결국 국내 업체 간 소송전으로까지 번져 안타깝다”고 말해다. 이어 “SK이노베이션이 미래 성장발판으로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미국 사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는 만큼 치열한 소송전이 예상된다”며 “이번 소송전이 장기화하면 CATL 등 중국 배터리 업체가 반사이익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 국내 업체 간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고 잘 마무리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정훈 기자)


LG화학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한 주요 일지(자료=LG화학).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한 ‘입사서류 프로젝트 동료 작성하게 한 사례’(사진=LG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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