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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고용부담금은 한노총 아이디어…기업 채용회피 우려도

이지현 기자I 2017.06.01 19:43:52

한노총 업종기준 비정규직 근로자 초과 고용시 부담금 부과 제안
"정규직 채용 요구시 기업들 고용회피 가능성" 우려
고용부담금 부과대상 비정규직 어디까지 볼 것인가 관건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정부 일자리위원회(일자리위)가 1일 비정규직을 과다하게 고용하는 대기업에 고용부담금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비정규직 고용상한비율’을 통해 이를 초과할 경우 ‘비정규직 고용부담금’을 부과하겠다는 공약 사항과 맥락을 같이한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도 비정규직(간접고용 포함) 사용 총량제를 검토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 비정규직 고용부담금제 한국노총이 제안

서울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열린 금속노조 삼성전자 서비스지회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정책과 비정규직 정책 제언을 발표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비정규직 고용부담금제를 국내에서 가장먼저 제안한 것은 한국노총이다.

20대 국회가 시작할 때 한국노총은 국회에 비정규직 사용 부담금제 신설안을 제안했다. 이 안에 따르면 비정규직(기간제·파견, 사내하청·용역·도급 등)을 많이 사용하는 일정규모 이상 사업체가 비정규직 사용비율에 따른 부담금을 내고 정부가 이를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사회보험료 지원 등으로 환급하는 정책이다.

이번에 일자리위가 꺼내는 ‘3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서는 비정규직 고용부담금을 부과하겠다’는 아이디어와 거의 유사하다.

한국노총에 따르면 자동차업계 300인 이상 사업장의 비정규직 근로자 고용률은 평균 35%다. 노총은 업종 평균보다 비정규직이 많은 사업장에 대해 비정규직 고용부담금을 내게 하자고 주장했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실장은 “비정규직법을 도입할 당시에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자고 했다. 그랬더니 인센티브를 받고자 정규직 자리에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사례가 생기기 시작해 이 안을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규직 채용 압박에 기업 고용회피 우려

해외에서는 프랑스가 비정규직 부담금제를 도입 시행 중이다. 프랑스는 2012년 고용안정화를 둘러싼 노사합의 때 ‘단기계약직에 대한 관세’ 제도를 도입했다. 계약기간이 명시된 노동계약에 한해 사용자가 부담하는 고용보험료(현행 4%)를 1개월 미만의 단기 계약직의 경우 7%로,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의 경우 5.5 %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26세 미만의 청년을 정규직으로 채용할 경우 사용자는 3개월분의 고용보험부담금을 면제받는다. 간접고용은 제외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프랑스는 노동시장유연화와 병행해 이를 도입했다”며 “우리는 경직적인 제도를 그대로 두고 비정규직 총량만 줄이려 한다. 기업으로서는 방어적으로 채용전략을 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대신 정규직을 채용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카드가 기업의 고용회피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 비정규직 범위 부과대상 기준 등 명확히 해야

다른 문제점도 있다. 현재 노동계, 정부, 기업들이 보는 비정규직의 범위는 제각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기간제, 파견, 일용 근로자뿐 아니라 근로시간이 짧은 파트타임, 청소·경비 등 용역 근로자까지를 비정규직으로 본다. 반면 일본은 1년 미만 기간제, 영국 등 유럽은 ‘근무기간의 종료가 정해진 경우’에 한해 비정규직으로 본다. 파견, 일일 근로자는 비정규직에서 제외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부담금을 부과할 비정규직 범위를 어디까지 할지, ‘과다 채용’의 기준을 전체 인력의 몇 %로 볼 지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교수는 “장애인고용부담금은 법정비율이 있어 이걸 지키지 못하는 기업에 부담금을 물린다”며 “비정규직법에는 총량기준이 없기때문에 이에 대한 법적 기준부터 마련해야 한다. 법률 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부담금만 물리는 건 법치주의 관점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재계는 비정규직 부담금 부과에 대해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조심스런 모습이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가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내놨다가 십자포화를 맞은 사건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산업현장의 면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며 “기업 개별상황에 맞게 맞춤형 정책이 시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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