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러, 남부 헤르손 장악…우크라 피란민 '인구 2%' 넘었다

고준혁 기자I 2022.03.03 19:16:28

러, 우크라 침공 8일차
첫 도시 점령…키이우·하르키우 집중 공격
"민간인 2000명 사망"…난민 100만명 육박
러 외무 "3차 대전 일어난다면 핵전쟁" 엄포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8일째로 접어들었다. 서방 국가들로부터 무기를 지원받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에 완강히 저항하고 있지만 러시아군의 공세 수위도 높아졌다.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무너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의 한 건물. (사진=AFP)
러시아, 예상과 달리 침공 8일 만 첫 도시 점령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이날 우크라이나 남부의 전략적 요충지인 헤르손을 점령했다. 지난달 24일 새벽,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첫 번째 도시 점령이다. 친러 반군이 장악했던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까지 합치면 두 번째에 해당한다.

러시아는 곧 헤르손 외 다른 도시 몇 곳도 손아귀에 넣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북동부에 위치한 제2 도시 하르키우(하리코프)를 집중 공격하고 있다. 폭격으로 히르키우 경찰청 건물이 파괴됐고, 정보국 등 건물도 공급 피해를 입었다. 러시아의 민영통신사인 인테르팍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하르키우 인근 발라클리야 마을을 점령한 상태다. 러시아군은 흑해 항구도시 마리우폴도 공격해 포위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향한 공세도 멈추지 않고 있다. 탱크부대 등 대규모 병력을 키이우 인근 25㎞까지 배치시켰다. 리처드 배런스 전 영국 합동군사령관은 “하르키우까지 점령되면 우크라이나군의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며 “하르키우가 키이우 전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 난민, 전체 국민 2% 넘는 100만명 육박

전쟁이 길어지는 만큼 사상자도 계속 늘고 있다. 전날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러시아군이 498명 숨졌고 1597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은 2870명이 죽고 3700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측은 “지금까지 러시아 군인이 7000명 이상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간인 사상자도 늘고 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군시설만 타격하겠다고 처음 밝힌 것과는 달리, 민간인 지역에도 피해를 입히고 있어서다. 하르키우 지역에선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거주 지역 및 대학 건물이 무너졌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적어도 2000명의 민간인이 러시아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유엔은 지난 1일 자정 기준 민간인 227명이 사망하고 525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했다.

전쟁으로 인한 피란민도 대거 발생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전날 국외로 떠난 우크라이나 피란민이 총 87만400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곧 100만명을 넘길 것으로 관측된다. 100만명은 우크라이나 전체 국민 약 4400만명의 2%가 넘는 숫자다.

러시아 외무장관 “3차 대전 일어난다면 핵전쟁”

러시아와 서방 세력 간의 신경전도 끊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핵전쟁과 3차 세계대전 등을 운운하며 물러서지 않겠단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전날 리아노보스티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알자지라방송과 인터뷰에서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파멸적인 핵전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대응과 관련해 “러시아를 물리적으로 공격해 제3차 세계대전을 시작하거나, 국제법을 위반한 나라가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의 2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 국영TV 로시야24와 인터뷰에서도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간 무력 충돌 가능성에 대해 “그런 위험은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러시아는 제재에 대해 준비했다”면서도 “언론인과 스포츠인, 문화계 인사까지 제재를 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방 측이 러시아 기관은 물론 개인까지 경제 제재 등을 가한 데 대한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이에 미국은 곧바로 맹비난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날 국무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러시아는 실제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전 세계에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데 오랫동안 동의해 왔다”며 “(이번 발언은) 무책임의 극치”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세계에서 핵을 가장 많이 보유한 양대 국가다. 블링컨 장관은 “핵 전쟁은 어느 누구도 승리할 수 없는 것”이라고 재차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