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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벚꽃 스캔들' 사실로…처벌은 아베 아닌 아베 비서

김보겸 기자I 2020.12.22 19:34:49

日검찰, 21일 아베 전 총리 직접 조사
보고서 기록 누락하라 지시했는지 물어
"몰랐다"는 아베…비서 꼬리자르기 될 전망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1일 검찰 조사를 받았다(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총리 재임 당시 도쿄의 한 고급 호텔에서 지지자들에게 향응을 베풀었다는 혐의로 고발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검찰 조사를 받았다. 아베 전 총리의 비서는 올해 안에 벌금형으로 약식기소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베 전 총리는 처벌을 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회계 담당자에게 책임을 묻는 정치자금규정법 때문이다.

NHK는 22일 도쿄지방검찰청 특수부가 전날 아베 전 총리를 상대로 조사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3일 도쿄지검이 그에게 임의 사정청취를 요청한지 18일 만이다. 이번 조사는 시민단체 등이 아베 전 총리와 ‘아베신조 후원회’ 대표인 공설(公設) 비서 등을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규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면서 이뤄졌다.

아베 전 총리는 2013년부터 6년간 정·재계 인사들을 초청하는 ‘벚꽃을 보는 모임’ 행사 전날 도쿄 최고급 호텔인 뉴오타니에서 전야제를 개최하며 식사비 절반 이상을 부담했다는 혐의로 고발됐다. 행사 참가자들이 낸 돈은 5000엔(한화 약 5만 3500원) 정도로, 호텔 측이 밝힌 최저 행사 비용(1인당 1만 1000엔·약 11만 7800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는데, 아베 측이 차액을 보전해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벚꽃 스캔들의 핵심이다.

아베 전 총리는 그간 관련 혐의를 부인해왔다. 그는 “벚꽃 보는 모임의 모든 비용은 참가자가 부담했으며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에 기록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일본 중의원 조사국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국회에서 아베 전 총리의 답변 내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그가 검찰 수사로 확인된 내용과 다른 ‘허위 답변’을 한 경우는 총 118회에 달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다. 도쿄지검 특수부가 호텔에서 발행한 영수증 등을 통해 행사를 주관한 후원회가 부족한 비용을 대신 내줬다는 증거를 찾아낸 것이다. 후원회가 장부에 기재하지 않은 금액은 최소 800만엔(약 8572만원)에서 4000만엔(약 4억 28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일본 언론들은 보고 있다.

2019년 4월 일본 도쿄도 신주쿠교엔(新宿御苑)에서 열린 일본 정부 행사 ‘벚꽃을 보는 모임’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가운데 양복 차림) 일본 총리와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가 기념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은 아베 전 총리를 상대로 지출내역을 정치자금 수지보고서에 기재하지 말도록 지시했는지, 보고 누락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전 총리는 관련 내용을 모르고 있다가 지난달 23일에야 보고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아베 전 총리는 형사처벌은 피할 전망이다. 정치자금규정법은 정치단체가 행사를 주최할 때 수입과 지출을 회계보고서에 기재토록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은 정치단체의 회계 책임자나 보좌진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정치인 본인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기재 누락을 지시했는지 등 구체적인 공모 사실이 인정돼야 한다.

또 정치단체 대표자들이 회계 책임자 선임·감독에 주의를 게을리할 경우 벌금형에 처한다는 규정이 있긴 하지만, 후원회 대표를 공설 제1비서가 맡고 있어 아베 전 총리는 책임에서 비켜갈 것이란 관측이다.

검찰은 이번 주 안으로 공설 제1비서를 정치자금규정법 위반 혐의로 약식 기소할 방침이다. 후원회 측에서 비용을 보전한 사실을 몰랐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아베 전 총리는 불기소할 공산이 크다고 일본 언론들은 내다봤다.

한편 일본 전직 총리가 특수부 조사를 받은 건 약 15년 만이다. 지난 2004~2005년 본인이 이끌던 정치단체 ‘헤이세이 연구회’가 일본 치과의사회 간부로부터 1억엔 수표를 받은 하시모토 류타로 전 총리가 도쿄지검 특수부 조사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당시에도 검찰은 하시모토 전 총리를 두 차례 조사한 끝에 비리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혐의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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