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제고 요구 거부한 SM…KB운용 다음 압박카드는?

전재욱 기자I 2019.07.31 18:01:51

`문화 강국을 향한 쉼 없는 도전` 주주서한 답변서
"라이크기획 합병 법률적으로 불가능"
"외식 등 비주력 사업 단기로 평가하면 안돼"
"미래 투자 위해 배당안해…지금도 마찬가지"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됐던 에스엠이 결국 경영개선 요구를 전면 거부했다.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하며 에스엠을 압박했던 KB자산운용은 당장 체면을 구기게 됐고, 에스엠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했던 시장의 실망감도 클 것으로 보인다. 답변 기한을 한 달이나 늦춰달라고 요청하면서 장고를 거친 끝에 나온 결과물이 ‘수용불가’인 만큼 KB운용이 앞으로 어떤 압박카드를 꺼낼지 주목된다.

◇주주서한 탓 회사 신인도 우려

에스엠은 31일 ‘문화 강국을 향한 쉼 없는 도전’ 주주서한 답변서에서 KB자산운용이 요구한 △이수만 총괄프로듀서 개인회사 합병 △비 연예기획 사업 정리 △배당 실시 등 세 가지 사항에 대해 사실상 거부의사를 표명했다.

에스엠은 라이크기획과 거래 중단 및 합병 요구에 대해 “프로듀싱이 차지하는 중요성과 역할을 간과해 잘못 인식한 탓”이라고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라이크기획은 이수만 총괄프로듀서가 지분 전부를 가진 회사다. 에스엠이 이 회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는 최근 19년 동안 965억원이다. KB자산운용은 에스엠이 이 회사를 합병하면 이 자금이 이익으로 잡히므로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에스엠은 라이크기획은 법인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합병이 성립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에스엠은 적자를 지속하는 호텔 및 요식업과 관련한 라이프스타일 사업 정리 요구에 대해서도 “매우 유감”이라며 반발했다. 에스엠은 “이 사업은 엔터테인먼트와 관광, 레저로 연결돼 중단기적으로 투자와 인큐베이션이 필요하므로 단기 성과로만 판단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문화와 케이 팝 세계진출 목적을 점진적으로 달성하고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에스엠은 “다만 경영성과가 단기로 미흡한 점 등을 충분히 인식하고 사업을 개편 및 조정하기 위해 검토 중”이라며 “전문성 있는 전략적 파트너를 유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2015년 연 코엑스아티움은 중단할지 검토 중”이라며 “단순히 적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사업 중단을 고려해야 한다면 재고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달 시간끌고 내놓은 답변서 `맹탕`

끝으로 에스엠은 배당 요구에 대해 “회사는 미래를 향한 계속적인 성장을 위해 투자에 역점을 뒀기 때문에 배당 정책을 시행하지 않았다”며 “그런 필요성은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어 “향후 미래 성장을 위한 재투자와 회사 이익의 주주 환원을 조화하는 배당이나 자사주매입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에스엠은 주주서한의 대부분을 기업가치 제고 방안 보다는 행동주의로 인한 피해를 걱정하는데 할애했다. 에스엠은 “사실과 다르거나 크게 왜곡된 기사가 생성돼 확산하고 있고, 회사 명예를 훼손하는 악의적 비방이 계속되고 있다”며 “신인도 하락은 회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임직원 자긍심에 상처를 줬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KB자산운용 관계자는 “답변서 내용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며 “여러 대응 방안을 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KB자산운용은 주주서한 요구를 거부한 골프존을 상대로 소송을 내는 등 법적으로 대응한 적 있다.

KB자산운용은 지난달 5일 에스엠에 주주서한을 보내면서 6월20일까지 답변을 요청했다. 답변시한 당일 SM은 ‘주주서한 답변서’에서 “구체적인 답변을 위해 7월31일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시간을 미뤘다. 이에 따라 증시에서는 에스엠이 사상 첫 배당을 실시하는 한편 사업 구조조정에도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답변 시한인 이날 에스엠 주가는 전날보다 1.87% 오른 3만5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간외 거래에서 에스엠 주가는 오후 5시47분 기준 3만4350원까지 하락한 것은 텅빈 답변서에 대한 반응으로 풀이된다. 익명의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에스엠 답변서는 주주와 전면전으로 읽히는 감정적인 대응이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없는 것으로 읽힌다”며 “이로써 시간외 거래가 반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KB자산운용이 우군을 확보하는 것도 방안이다. 에스엠 주요주주는 KB자산운용(7.59%·177만여주)을 비롯해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5.13%·118만여주),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5%·117만여주) 주요 주주다. 이들 주요 운용사 지분 합계는 최대주주 이수만 총괄 지분(19.04%)을 뛰어넘는다. 이를 두고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수탁자책임 활동을 충실히 이행하는 관점에서, 이날 에스엠 답변서를 분석하고서 향후 대응 방향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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