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전 대사대리가 탈북 후 언론 인터뷰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한국 정착 1년여 만에 심경을 밝힌 것이다.
CNN은 1일(현지 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핵 등을 거론한 류 전 대사대리 인터뷰를 공개했다. 류 전 대사대리는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무기는 정권의 안정성과 직접 연결돼 있다”며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와) 기꺼이 핵무기 감축 협상을 하겠지만, 핵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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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은 류 전 대사대리 부부에 대해 북한 지배 엘리트 집안 출신이며 류 전 대사대리의 장인은 노동당 39호실 실장(전일춘)으로 김정은 일가의 비자금과 노동당의 자금관리, 외화벌이를 총괄했다고 소개했다.
류 전 대사대리는 “미국은 비핵화에서 후퇴할 수 없고, 김정은은 비핵화를 할 수 없다”며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생존의 열쇠라고 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비핵화 협상의 원인을 두고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접근법을 꼽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체주의 국가인 북한과 협상에서 비핵화를 선결조건으로 요구했기 때문에 스스로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북한 경제를 망가뜨리는 국제사회의 제재를 완화하려고 김 위원장이 핵무기 감축 협상에 나설 의향은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현재 대북 제재는 전례 없이 강력하고 이는 계속돼야 한다”면서 “김정은을 트럼프 대통령과의 싱가포르 협상으로 이끌어낸 요인은 ‘제재 조치’라고 본다. 시리아 근무 당시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핵 협정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봤는데, 그 경험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고 조언도 했다.
탈북 이유로는 10대 딸에게 더 나은 삶을 주고 싶어서라고 설명했다. 2017년 9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채택 후 서창식 당시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가 추방되면서 대사대리를 맡았던 그는 가족과 함께 탈북해 국내로 입국한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사용 중인 이름은 주민등록 과정에서 바뀐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국가정보원 등 한국 정부는 탈북민 등의 한국 거주 여부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류 전 대사대리 국내 정착 여부를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류 전 대사대리는 탈북 당시를 회상하며 “딸은 (탈북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지만, 곧 ‘좋아’라고 답했다. 그게 딸이 말한 전부”라고 매체를 통해 전했다. 다만 북한엔 여전히 그의 83세 노모와 세 명의 형제자매가 남아있다고 했다. 북한 정권은 주로 당국자, 특히 외교관들의 탈북을 막기 위해 그 가족을 처벌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해진다.
류 전 대사대리는 “21세기에 북한이 그런 봉건적인 공동 가족 처벌 제도를 보유한 게 끔찍하다”며 북한에 남은 자신 가족을 향해선 “그저 그들이 오래 살기를 바란다. 내가 한 일 때문에 그들이 벌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진다”라고 덧붙였다.
류 전 대사대리는 “지난 16개월을 돌이켜 보면 평양에 있는 남은 가족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들만이 유일한 후회”라며 “딸을 위해 옳은 일을 했다고 믿는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딸은 무엇보다 인터넷을 마음껏 사용하는 점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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