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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나 원내대표의 데뷔는 화려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부터 한국당이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운영위원회 출석을 단박에 성사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한방 없는 운영위’를 시작으로 조금씩 스텝이 꼬이기 시작했다. ‘19대 대통령 선거 문재인 후보 캠프 백서’에 공명선거 특보로 이름을 올린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임명 강행에 반발해 추진한 ‘릴레이 단식 농성’은 ‘5시간 30분 단식’·‘간헐적 단식’이라는 정치권의 조롱을 샀다.
당시 상황을 지켜본 한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 좋은 기회에 더불어민주당 좋은 일만 시켰다”며 “너무 아깝다”고 통탄하기도 했다. 민주당 소속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공모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면서 맞은 호재 역시 5.18 폄훼로 사라진 모양새다.
5.18 폄훼로 이종명 의원이 당 윤리위에서 제명 징계를 받으면서 공은 나 원내대표에게 넘어온 상태다.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가 있어야만 제명이 확정되는 데, 당내 분위기로 봤을 때 의원총회를 열어 제명 처리하기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당내 한 영남 지역 의원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내부 행사에서 말실수한 정도로 징계해서는 안 된다”며 “제명안은 의총에서 부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지역의 한 의원도 “당사자 소명도 안 들어보고 무조건 제명할 수는 없다”며 “일단 의총에서 이 의원 입장을 들어봐야 한다”고 전했다.
의총을 열어 표 대결을 벌이면 제명안이 가결되든 부결되는 나 원내대표로서는 정치적 부담감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결국 앞선 김무성·정우택 의원이 원내대표일 때의 사례를 참고해 선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2010년 성희롱 발언으로 당 윤리위에서 제명 징계가 내려진 강용석 전 의원에 대해 ‘만장일치’ 방식으로 제명안을 의결했다. 반면 정 의원은 2017년 탈당권유 징계가 내려졌지만 이를 거부한 서청원·최경환 의원 제명에 대해 “정치는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게 아니다. 표결로 가서는 안 된다”며 관련 의총 자체를 열지 않았다.
또 2.27 전대에서 선출되는 당 대표가 누구냐에 따라 나 원내대표의 리더십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오세훈·김진태 후보 중 원외 인사인 황 후보나 오 후보가 당선되면 새 대표와 나 원내대표의 소통 정도·원내 장악력 등에 따라 향후 국회 일정·당 운영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내 한 의원은 “나 원내대표는 그동안 여당에 요구해왔던 것을 얻어내면서 국회를 정상화하고 싶을 것”이라면서 “전당대회가 끝나고 나면 여론의 눈치도 있고 하니 어떻게 할지 결심을 해야 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