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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 전 예고됐는데…늑장대응이 불러온 폐비닐 대란

김보경 기자I 2018.04.02 20:39:57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공동주택에서 민간재활용수거업체들이 비용 부담을 이유로 1일부터 폐비닐과 스티로폼류 수거를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자 환경부는 2일 업체들과의 협의를 통해 정상수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7일 인천의 한 재활용 수거업체에 폐비닐들이 쌓여 있는 모습.(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김보경 김보영 기자] 중국의 폐기물 수입 중단 조치 여파로 수도권에서 벌어진 ‘폐비닐 수거대란’은 환경부가 2일 수도권 수거업체 48곳과 합의해 정상수거를 진행하기로 하면서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8개월 전부터 예견된 사태에 무대책으로 일관한 정부와 지자체의 늑장대응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세계 최대 폐기물 수입국인 중국은 환경오염을 이유로 올해 1월 폐지와 폐플라스틱 등 24종의 고체 폐기물 수입을 중단했다. 이같은 정책은 이미 지난해 7월 발표됐다. 8개월전 예견된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매년 중국에 21만~23만t 규모의 비닐·폐지·폐플라스틱을 수출해 온 우리나라 재활용수거업체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수출길이 막힌 미국과 유럽 폐기물들까지 국내에 싼 값으로 들어오면서 폐기물 단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업체 입장에서 비닐이나 스티로폼 등 돈이 되지 않는 품목을 처리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아무 대책이 없었다. 실제로 올 1~2월 국내의 폐플라스틱 대중 수출량은 1774t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92%나 감소했다.

재활용수거업체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비닐 수거거부를 할 수 있다고 통보한 것은 지난달 초부터다. 아파트 주민들에게 이를 알리기 위한 안내문이 붙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중순이다. 본지는 지난달 30일 이같은 사실을 보도했다. 취재 과정에서 환경부와 서울시 관계자들은 “쓰레기와 재활용처리는 자치구 소관”이라는 전제를 강조했다. 재활용품목을 종량제봉투에 넣어서 일반쓰레기로 처리하는 것은 과태료 부과대상이라고 하면서도 재활용 처리문제는 수거업체와 아파트 주민자치기구 간 계약에 의한 사안이라는 이유로 이때까지도 손을 놓고 있었다. 결국 수거대란이 현실화되자 부랴부랴 실태조사에 나섰다. 환경부는 2일에야 업체들을 직접 만나 급하게 대책을 마련했다.

청와대도 이번 사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정부와 지자체를 비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비닐 수거 거부 논란과 관련 “(혼란이 빚어진 것에 대해 국민으로부터)야단을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시민들의 불편함이 없게 관련 부처는 시급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하게 마련한 대책은 벌써부터 실효성 논란이 나온다. 환경부가 이날 만나 합의간 48곳 업체는 폐기물 선별장이다. 환경부는 수거된 비닐 중 오염된 것을 처리하는 비용을 낮춰주겠다

며 이들을 설득했다. 수도권 지역의 A업체 관계자는 “재활용 수거를 직접하는 하청업체, 검수하는 업체, 오늘 협의했다는 폐기물 선별장 등 여러 업체가 있는데 선별장의 소각비용을 낮춰주겠다는 오늘 대책은 48개 업체에만 해당한다”며 “대책없이 쌓이는 폐기물양과 단가하락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면 48개 외 다른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는 계속되고 수거거부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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