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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분식회계 논란…1년7개월 지났지만 `답 못 내린` 금융당국

최정희 기자I 2018.07.12 18:09:58

금감원·금융위간 갈등 표면화..핑퐁게임하다 장기화
사상 초유 `재감리` 결정..금감원 조치안 미흡이 문제인가, 복지부동인가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시가총액 28조원에 달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이하 삼바)의 회계처리 문제가 처음 제기된 것은 삼바가 상장한 지 두 달 정도 지나서부터였다. 2016년 12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강화를 위한 것이라며 ‘합병 반대’를 외치던 참여연대는 제일모직 주식 고평가 논란의 핵심 근거인 삼바로 눈을 돌렸다. 금융감독원에 삼바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 회계처리 관련 질의서를 발송한다.

2015년말 삼바가 갑자기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다며 에피스를 연결 종속회사에서 관계사로 전환했고 에피스의 지분가치를 장부가액에서 공정시장가액으로 평가하면서 종속기업투자이익 약 4조5000억원이 발생했는데 이 회계처리가 정당한 것이냐가 핵심이다. 금감원은 참여연대의 분식회계 주장에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4월, 진웅섭 금감원장 시절 삼바에 대한 특별감리를 시작했다. 그 뒤 1년이라는 감리 기간 동안 금감원장이 세 명이나 교체되는 이변을 맞았다. 금감원은 감리를 마친 후 5월초 회계처리 위반으로 제재를 받을 수 있단 조치사전통지서를 삼바에 보냈는데 이 사실을 이례적으로 언론에 공개하면서 삼바 분식회계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된다. 삼바를 둘러싼 금감원과 금융위원회의 묘한 갈등의 시작도 이때부터다.

결국 참여연대가 삼바 분식회계 문제를 제기한 1년 7개월만에 내려진 결론은 사상 초유의 ‘재감리’다. 이견이 없었던 미국 바이오젠과의 콜옵션 공시 누락에 대해선 검찰 고발 등의 조치를 내렸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까지 타고 올라가는 핵심 논점인 2015년 에피스의 관계사 변경에 대해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 그 결과 12일 증권선물위원회가 내린 악수(惡手)에 삼바를 둘러싼 회계 불확실성은 계속될 전망이다.

◇ 금감원, 파격 행보→감리위, 결론 도출 실패→증선위, 논점 바꾸기

금감원은 금감원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삼바에 회계처리 위반 관련 조치사전통지서를 보내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바로 직전 원장이었던 김기식 전 원장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란 추측이 나왔다. 김 전 원장은 삼바에 분식회계 의혹을 처음 제기한 참여연대 출신인데다 사임 후에도 삼바의 ‘유죄’를 공개적으로 표명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감원의 이런 행보는 금새 초라해졌다. 2015년 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 변경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제일모직 고평가→삼바의 주식가치 고평가→삼바의 코스피 상장 및 자본증대를 위한 에피스의 가치 평가’ 등의 수순을 고려한 ‘고의적 분식회계’란 금감원의 의견은 금융위가 운영하는 감리위 세 차례, 증선위 다섯 차례 회의를 거치면서 타격을 받게 된다.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만큼 감리위 최초로 삼바와 금감원간 대질심문이 이어졌으나 감리위는 분식이냐, 아니냐에 의견이 갈리면서 하나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증선위로 안건이 이전된 후엔 삼바의 분식회계 논란은 한층 더 복잡한 고차 방정식으로 변했다. 금감원은 ‘2015년 회계처리 변경’을 문제로 삼고 이에 대한 조치안을 올렸으나 증선위는 ‘2015년 이전의 회계처리’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삼바가 에피스를 설립 당시부터 관계사로 처리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게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에피스는 바이오젠과 합작회사로 설립한데다 바이오젠은 에피스 지분 49.9%를 취득할 수있을 정도의 콜옵션을 언제든 행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증선위는 조치안 수정을 요구한다. 2015년 이전 회계처리와 관련된 조치안도 가져오라는 것이다. 그러나 2015년 이전 회계처리에 잘못이 있다면 삼바의 회계처리 위반은 ‘고의성’에선 멀어지고 2015년의 회계처리 변경은 오히려 잘못을 정정한 꼴이 된다. 이런 이유로 금감원은 증선위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증선위는 금감원의 조치안을 넘어 제재할 수 없는 만큼 삼바 분식회계 논란의 핵심인 ‘에피스 관계사 처리 변경’에 대해선 결론을 못 내리게 된 것이다.

◇ 금감원 조치안 미흡 비판..금융위, 대법원 판례까지 거론

금융위는 이날 긴급 보도자료를 내고 금감원 조치안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이 2015년 회계처리를 A에서 B로 변경한 것을 지적하면서 그 전후와 관련 A와 B중 어느 방법이 맞는지는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즉, 삼바가 2015년에 에피스를 연결 종속사에서 관계사로 변경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으면서도 바르게 회계처리를 했다면 종속사로 유지하는 것이 맞는지, 관계사로 애초부터 처리했어야 하는지에 대해선 제시하지 못했단 설명이다.

이를 두고 금융위는 대법원 판례를 제시한다. 행정처분을 하기 위해선 그 대상이 되는 위법행위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특정돼야 하고 그렇지 않은 행정처분은 위법이란 얘기다. 2015년 회계처리 변경이 잘못인지, 2012년 에피스 설립부터 종속사 또는 관계사로 처리한 것이 잘못인지 등의 결론을 명확히해야 한단 분석이다.

금감원이 삼바를 감리하는 과정에선 2012년 에피스 설립부터 관계사로 처리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가 실제 조치통지서에선 2015년 회계변경이 잘못됐단 식으로 안건을 변경했단 지적도 제기된다.

어쨌든 금감원이 1년이나 삼바를 감리한데다 제재 과정에서 금융당국간 갈등이 표면화됐고 그 결과 결론 자체를 유보한 것에 대해선 비난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삼바 관계자는 “해외투자자들은 삼바의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정부가 삼바를 싫어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일각에선 삼바에 대한 제재는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비판이 따를 수밖에 없고 제재 주체자들에겐 꼬리표가 될 것이라 복지부동 가능성이 높단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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