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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땐 환호한 레이 달리오…코로나 앞에서 완패한 이유는

정다슬 기자I 2020.04.09 18:05:10

브리지워터 주력펀드 1분기 20% 손실 입어
레이 달리오 "방심했다"…AI 분석 한계 분석도
"美손실 4조달러 달할 것 현금은 여전히 쓰레기"

[사진=AFP 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투자의 제왕도 코로나19 앞에서는 머리를 숙였다.

9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적인 투자자 레이 달리오(사진)가 운영하는 세계 최대 헤지펀드 운용사 브리지워터 오소시에이츠의 주력 펀드는 올해 1분기 약 20%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의 대표 펀드 ‘퓨어 알파 II’는 3월 한 달 만에 16% 하락했다.

브리지워터가 이같은 손실을 입은 이유는 ‘상승 추세’에 베팅했기 때문이다.

달리오 회장은 올해 초 투자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강한 시장의 혜택을 입을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촉구했다. 달리오 회장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중국에서 다른 나라로 전파되며 위기가 고조하는 도중에도 이같은 방침을 바꾸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달리오가 유명해진 가장 큰 계기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같은 성적은 의외라는 평가다. 주식, 채권, 원자재, 금 등에 자산을 배분해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는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수준을 지향하는 그의 투자 기법은 유명하다.

이에 달리오 회장은 3월 16일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방심했다”(caught off guard)라며 “지금 와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는 모든 위험성을 줄였어야 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2008년처럼 돈을 벌었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인공지능(AI)이 오히려 그의 발목을 잡았다고도 평가한다. 브리지워터는 2012년부터 AI를 이용한 경제지표 분석을 통해 투자성과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번 장에서 AI는 경기 후퇴에 대한 시그널을 포착하지 못하고 주가가 폭락하지 않을 것이란 진단을 내놓았다”고 한다.

실제 AI 분석은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한다. 그러나 전염병이라는 블랙스완은 데이터가 상대적으로 적었고 AI 역시 제대로 된 판단을 내놓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달리오 회장 역시 인터뷰에서 “시스템을 믿었지만…”이라고 한탄했다.

달리오 회장은 기존 입장을 바꿔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미국 기업이 4조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그는 경제가 위기에 놓여 있다고 해서 현금(달러)을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추천하지 않는다는 시각은 유지했다.

달리오 회장은 전날 소셜미디어 플랫폼 레딧과의 문답에서 “바이러스로 실적과 대차대조표에 충격이 가해지면 자산가치는 떨어지고 현금은 상대적으로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앙은행은 더 많은 현금을 찍어낸다”면서 “다른 대체 투자에 비해 현금은 여전히 쓰레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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