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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시승한 차량은 최근 단종한 ‘그란 투리스모’였다. 그란투리스모는 마세라티가 지난 2007년 제네바모터쇼에서 선보인 스포츠카다. 뒤이어 내놓은 그란카브리오와 함께 마세라티 브랜드를 각인시킨 모델로 꼽힌다. 그러나 내연기관 규제에 따른 전동화 전략의 일환으로 결국 단종하게 됐다. 앞으로 만날 수 없다는 아쉬움에 마지막 시승기회를 활용해보기로 했다. 시승한 구간은 경기도 수원과 서울 교외 등이다.
외모부터 압도적이다. 도로 위 상어가 떠올랐다. 정지해 있어도 질주하는 모습을 연상케 했다는 것이 업체 측 설명이다. 유려한 곡선으로 살린 뚜렷한 바디라인이 한눈에 들어왔다. 위로 향한 헤드라이트와 ‘상어 코’ 형태의 타원형 그릴로 역동성도 강조했다.
내부는 심플함이 돋보였다. 좌석은 고급 천연가죽과 정교한 스티치로 마무리했으며, 계기판 위쪽에는 아날로그 시계를 배치했다. 운전자체의 매력을 중시하기 위한 담백한 모습이었다.
본격적으로 주행에 나서봤다. 시동을 걸자마자 마세라티의 시그니처 배기음이 들렸다. 귀에 에어팟을 꽂고 지나가던 행인들의 시선도 잡아끌만큼 웅장하고 경쾌했다. 예상보다 큰 배기음에 처음에 당황스러웠으나 금새 익숙해졌다.
예상대로 가속 주행에서 그란투리스모의 진가가 발휘됐다. 4.7리터 8기통 자연흡기 엔진과 6단 ZF 자동 변속기가 조화를 이루며, 밟으면 밟는대로 빠르게 반응했다. 속도를 높이거나 낮출때 느껴지는 울컥거림도 거의 없이 기분좋은 가속경험을 선사했다.
주행을 받쳐주는 안정감도 훌륭했다. 잦은 가속과 감속에도 자세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레이싱에 뿌리를 둔 마세라티의 파워트레인 기술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제원상 표기된 그란투리스모의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4.7초며, 최고 속도는 시속 301km, 복합 연비 리터당 6.2km,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75g/km이다.
그란투리스모는 지향점이 분명한 차다. 주행성능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카 마니아를 타깃한다. 그만큼 지향점에 충실했으며, 지향점에 부합하지 않은 지점은 과감하게 빼버린 점이 인상적다. 환경규제 여파로 당분간 고성능 스포츠카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지만, 운전 자체의 매력을 사랑하는 카 마니아들에게 그란투리스모는 영원한 ‘로망’으로 남지 않을까. 가격은 2억3140만~2억50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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