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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선 MB "삼성 뇌물 의혹은 모욕"…12분간 조목조목 반박

한광범 기자I 2018.05.23 17:46:02

이학수 독대 의혹에 대해 "김백준이 뭐 대단하다고 어디 삼성 부회장을…"
"재판 결과로 사법 공정성 국민과 국제사회에 보여주길 바란다" 호소
김백준 판단력에 의문 제기…변호인 "진료기록 통해 신빙성 검증하겠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법원종합청사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1회 공판에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 등을 통한 110억원 비자금 조성과 349억원 뇌물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23일 법정에 처음으로 출석해 삼성 뇌물 의혹에 대해 “사면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은 충격이자 모욕적”이라고 반발하는 등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정계선) 심리로 열린 1회 공판에 출석해 피고인 모두진술을 통해 “청계재단을 설립할 때도 외부 참여를 모두 거절하고 외부 돈 없이 순수하게 제 재산으로만 재단을 설립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12분 동안 이어진 모두진술을 통해 작고한 모친 등을 언급하며 혐의 일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또 이날 재판에서 변론 중간 직접 발언을 하거나 변호인단에게 수시로 의견을 전달하는 등 적극적으로 재판에 임했다.

그는 2009년 12월에 있었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단독 특별사면에 대해 “평창동계올림픽 세 번째 도전을 결정하고 IOC 위원이던 이 회장의 사면을 강력히 요구받았다”며 “정치적 위험도 있었지만 2010년 2월 IOC 밴쿠버 총회를 앞두고 삼성전자 회장이 아닌 IOC 위원으로서 사면을 하기로 해 이 회장이 위원 자격을 유지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은 삼성 뇌물과 관련해 이학수 전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장(부회장)을 청와대에서 자신과 만나게 했다는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의 진술 신빙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김씨가 무슨 대단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어디 삼성 부회장을 약속도 없이 대통령 방에 들어오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또 “재직 중 청와대 본관에는 기업인이 한 사람도 들어오지 않았다. 이건희 회장이 들어왔다고 하면 모르지만 이 부회장을 김 전 기획관이 데려왔다는 건 있을 수 없다”며 “저는 이학수라는 사람이 대학 후배라고 말만 들었지 대통령 퇴임 때까지 만나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의 실소유주 의혹에 대해선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30년 간 소유나 경영을 둘러싼 어떠한 갈등도 없었던 회사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 하는 의문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돌아가신 어머니는 어린 시절 ‘네가 잘 되면 어려운 아이를 도와야 한다’고 수백 번 반복해 말씀하셨고 그 말은 제 마음속 깊숙이 박혔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던 날 약속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며 “어머니의 정신을 잊지 않고 늘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장 시절 월급 전액을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하고 하이서울 장학금을 만든 것도 어머니와의 약속 때문이었다. 2007년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전재산을 사회에 환원해 장학사업을 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은 “정치를 시작하며 기업에 돈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대통령 당선 후에는 대기업 회장들을 만나 ‘이제 정경유착이라는 단어는 없어졌다’고 선언한 것도 이런 마음을 실천한 것”이라며 청계천 복원·4대강 사업·제2롯데월드 관련해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에서 불법 자금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아울러 재판부를 향한 읍소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검찰 증거 동의라는) 내 결정과 무관하게 재판부가 검찰의 무리한 증거의 신빙성을 검토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또 “이번 재판의 절차와 결과로 우리 사법의 공정성을 국민과 국제사회에 보여주길 바란다”며 “존경하는 대한민국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변호인단도 검찰 제출 증거에 대한 동의에도 불구하고 핵심 참고인들의 진술 신빙성을 문제 삼는 방식으로 혐의를 조목조목 반박해 향후 치열한 법종 공방을 예고했다. 특히 김 전 기획관에 대해선 정신건강 상의 판단력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며 진료기록에 대한 사실조회를 신청했다.

이 전 대통령의 40년 집사로 통하는 김 전 기획관은 검찰 수사에서부터 삼성 뇌물 의혹 등 이 전 대통령의 핵심 혐의에 대해 적극적으로 진술했다. 그는 지난 3월14일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 당일 열린 자신의 첫 공판에서 “철저한 수사를 통해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사건의 전모가 국민들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최대한 성실하게 정직하게 남은 수사일정 및 재판일정에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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