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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이 대표는 토론회 개최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원희룡 전 제주지사 측과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토론회 강행에 의지를 보였다. 공교롭게도 토론회 취소도 이 대표의 영향이 컸다. 윤 전 총장과 통화내용의 외부 유출설에 이어 원 전 지사와 통화 중 내용도 노출되면서 더는 자신의 뜻을 고집할 수 없었다.
이 대표는 원 전 지사와 통화 중 ‘윤 전 총장은 금방 정리된다’는 내용의 발언을 해 도마에 올랐다. 이에 통화 당사자인 원 전 지사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공약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나 지난 8월12일, (이 대표가) 상주에 있을 때“ 이같은 내용의 통화를 했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이 알려진 직후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MBC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당 대표 본분에서 벗어난 일”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국민의당과의 합당 결렬은 이 대표를 궁지로 몰았다. 이 대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합당을 압박하며 주도권 싸움을 해왔다. 하지만 지난 16일 안 대표가 ‘합당 결렬’을 공식 선언하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반전됐다. 합당을 자신하며 전면에 나섰지만 빈 손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안 대표의 독자출마 가능성을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권은희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안 대표의 대선출마를 시사했다. 특히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협력도 내비쳤다. 그는 “제3지대 플랫폼으로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김 전 부총리 정도”라며 “현재 구체적인 만남 일정 등이 조율되진 않았지만, 소통을 진행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의 이같은 행보가 예상되자 당내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김 최고위원은 “우리 당 지지자들은 과연 정권교체의 의지가 있느냐는 데 의구심이 생길 정도로 문제가 있었다”며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이 대표의 전략실패로 안 대표의 ‘몸값’만 올라갔다고 꼬집었다. 김 취고위원은 안 대표가 독자 출마한 후 단일화 협상이 시작된다면 “지금까지 저희들에 요구한 것보다 더 많은 요구를 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의 리더십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대표가 인기에 취해 당을 재미 위주로만 운영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야권 관계자는 “이 대표 취임 초기 ‘나는 국대다’ 프로젝트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이후 모든 프로그램에 아이디어를 내고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강조하는 측면이 있다”며 “대선 후보 선출 과정마저 자극적 요소를 전면에 내세우려고 고집하면서 후보들과 마찰을 빚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가 이번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향후 당내 장악력도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