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동부지법 형사항소3부(재판장 김춘호)는 24일 오후 특수폭행(고의사고)·공갈미수·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모(32)씨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이날 최씨에게 1심 구형량과 같은 징역 7년을 선고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앞서 최씨는 지난해 10월 1심 선고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피고인은 다년에 걸쳐 수차례 보험사기 범행을 반복했다”며 “범행 기간과 방법, 동기를 비춰보면 죄질이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또 “합의를 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보험회사와의 합의내용이며, 범행으로 인해 호송 중인 환자가 사망까지 이르렀다”며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원심 판결은 가볍다”며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최씨는 지난해 6월 8일에 서울 강동구 지하철 5호선 고덕역 인근 도로에서 구급차와 접촉사고가 나자 “사고 처리부터 하라”며 구급차를 10여분간 막아선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해당 구급차는 호흡 곤란을 호소하던 폐암 4기 환자 박모(사망 당시 79세)씨를 태우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환자는 다른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당일 오후 9시쯤 끝내 숨을 거뒀다.
최씨는 해당 사건 외에도 택시와 전세버스 등을 운행하며 지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수차례에 걸쳐 고의로 사고를 내고 보험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택시기사 측 “코로나19 확진 죗값…깊이 반성” 선처 호소
이날 항소심에서 최씨 측은 원심에서와 달리 합의금을 뜯어내기 위해 접촉사고를 낸 사실을 인정했다. 앞서 최씨 측은 지난해 열린 1심 재판에서 “보험금을 편취하려는 고의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한 바 있다.
이날 최씨 측 변호인은 “합의금 갈취를 위해 접촉사고를 낸 건 사실이며 피고인이 모든 범죄사실을 자백하고 있다”며 “그러나 (구급차를 들이받은 건) 피고인의 공격적 성향이 발현된 것이며 죄질이 나쁘다고 평가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어린시절부터 정신병동에서 입원치료를 받는 등 어려움을 겪었으며 불우한 가정형편을 가진 사정이 있다”며 “피고인의 정서적 장애가 이번 사건과 같이 다른 사람으로 인해 차 앞 범퍼가 떨어지고 욕설을 듣게 되자 이런 형태로 발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이어 “피고인은 동부구치소 수용 과정에서 과밀수용으로 코로나19에 확진돼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처지가 모두 죗값이라고 여기며 묵묵히 반성하고 있다”며 “추후에는 기존에 취득한 장례지도사 자격을 이용해 장례지도사로 일할 계획이다. 피고인이 사회에 정상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선처해줄 것을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날 최씨는 최후발언에서 울먹이며 “오랜 시간 수사와 재판을 받으며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깊이 깨달았다”며 “제 성질을 죽이지 못해 다른 많은 분들에게 피해를 끼치게 된 것 같아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호소했다.
한편 최씨는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뒤 항소했다. 최씨는 동부구치소에 수용됐다가 코로나19에 확진돼 지난해 12월 경북북부제2교도소로 이감된 바 있다. 최씨의 2심 선고는 다음달 12일 오전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