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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형소법 148조에 따른다"만 309차례 반복한 조국

남궁민관 기자I 2020.09.03 18:12:22

3일 정경심 재판에 첫 증인 소환…曺, 초지일관 증언거부권 행사
형소법 148조, '친족 처벌받을 가능성 시 증언 거부할 수 있다' 명시
'먹을 것 없이 끝난 소문난 잔치'…檢, '실체적 진실' 접근 시도 수포로
檢 "법정서 진실 밝힌다면서…안타깝다" 실망감 토로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형사소송법 148조에 따르겠습니다.”

자녀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의혹으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 재판에 증인으로 나서 초유의 `부부재판`을 연출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끝내 증언을 거부했다.

“검찰 조사에서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고 법정에서 밝히겠다고 거듭 진술했다”며 증인 채택 필요성을 강조해 온 검찰은 물론이고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했던 재판부 모두 쓴 입맛만 다셨다.

이런 조 전 장관을 두고 `조국흑서`의 저자들은 “형사사법 역사에 길이 남을 법꾸라지”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시작부터 ‘증언거부’…조국 “형소법 148조 따른다” 309번 반복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재판장 임정엽) 심리로 열린 정 교수의 27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 전 장관은 ‘친족 또는 친족관계가 있었던 자’에 해당할 경우 증언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한 형사소송법 148조에 따르겠다는 답변만 309번에 걸쳐 내놨다. 조 전 장관은 증인석에 선 직후 선서문도 채 낭독하지 않고 곧장 자신이 사전에 작성해 온 소명사유를 낭독하게 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증언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 못 박았다.

재판부의 검토 후 선서를 한 조 전 장관은 “이 법정의 피고인은 제 배우자이며 제 자식 이름도 공소장에 올라가 있다”며 “이 법정은 아니지만 저는 배우자의 공범 등으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저는 이 법정에서 진행되는 검찰신문에 대해 형사소송법 148조가 부여한 권리를 행사하고자 한다. 저는 친족인 증인이자 피고인인 증인이기 때문”이라며 “저는 형사법학자로서 진술거부권의 역사적 의의와 중요성을 역설해 왔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여전히 이런 권리행사에 편견이 존재하는데, 다른 자리도 아닌 법정에서는 그런 편견이 작동하지 않길 소망한다”고 강조했다.

당초 재판부는 조 전 장관 증인 소환을 두고 검찰과 정 교수 측 변호인의 팽팽한 찬·반 입장을 고려, 조 전 장관을 증인으로 부르되 검찰의 신문 내용을 사전에 검토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사모펀드 의혹 관련해서는 210여 개, 입시비리는 140여 개로 추려졌다.

다만 결과적으로 조 전 장관은 이날 검찰 신문에 단 한 차례도 답하지 않았다. 정 교수 측이 이의 제기하거나 검찰이 생략한 것 외 총 309번의 신문에 “형소법 148조 따르겠다”는 말만 기계적으로 반복했을 뿐이다. 정 교수 측 변호인은 반대신문에서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았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사모펀드 및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우여곡절 법정 섰지만…檢 “SNS 아닌 법정서 진실 말하라”

조 전 장관의 증언거부권 행사에 검찰은 “조 전 장관이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거듭 진술했으므로 적어도 이 법정에서 적극적으로 소명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고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봤다”며 강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더욱이 조 전 장관이 증인으로 이날 법정에 소환되기까지는 적잖은 우여곡절을 겪었던 터라 검찰의 실망감은 배가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 5월 27일 조 전 장관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하지만 정 교수 측은 “실질적 증언 가능성이 없다”, “정치적 호불호에 따른 사회적 혼란만 야기할 수 있다”, “친족에 대한 증언거부권을 무력화할 수 있는 인권침해적 조치”라는 이유로 여러 차례 반대 입장을 피력해 왔다. 결과적으로 정 교수 측 주장대로 실질적 증언은 없었고, 검찰은 조 전 장관의 이중적 행태에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은 이 법정에서 이뤄진 증인신문과 관련 법정 밖에서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객관적 사실을 왜곡하고 공소유지 중인 검찰을 비난한 글을 올린 바 있다”며 “이에 검찰은 이 법정에서 조 전 장관의 행위는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고, 정 교수 측 변호인은 사실을 바로잡기 위한 변론 차원이라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조국흑서`를 쓴 권경애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조 전 장관을 향해 “형사사법 역사에 길이 남을 법꾸라지”라며 “저런 자가 어쩌다가 진보의 아이콘으로 수십 년 간 행세하고 추앙 받아 왔던 것인가”라고 탄식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조국, 증언을 거부했다고. 참말을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위증의 죄를 무릅쓰고 거짓을 말할 수도 없고. 본인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라고 비꼬았다.

정 교수에 대한 1심 재판은 이르면 오는 11월 전후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이날 조 전 장관 증인신문이 진행됨에 따라 남은 증인은 10명이 됐으며 재판부는 오는 24일까지 신문을 모두 마무리하고 다음 달 중 결심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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