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다음은 은이다" 원자재 시장 몰려간 美개미군단, 제2의 게임스톱 될까

김정남 기자I 2021.02.02 16:40:14

게임스톱 이어 銀으로 몰려가는 개미들
은 가격, 2013년 2월 이후 최고치 올라
은 기업들 주가 폭등…쿠어마이닝 23%↑
일각서 회의론…"매수세 지속 여부 의문"
'게임스톱과 비교 불가한 거대한 은 시장
게임스톱 공매도 53%…변동성 줄어

(사진=AP/연합뉴스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게임스톱(게임스탑·GME) 다음은 은(銀)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집결한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을 중심으로 은 매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면서, 갑자기 은 가격이 8년 만의 최고치로 치솟았다. 게임스톱발(發) 변동성이 원자재 시장까지 옮겨붙을지 주목된다.

◇은 가격까지 끌어올리려는 개미들

1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와 CNBC 등에 따르면 이날 3월 인도분 은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온스당 9.3% 급등한 29.42달러에 마감했다. 은값은 장중 한때 온스당 30.35달러까지 치솟았다. 2013년 2월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은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올랐다. 은 생산업체 쿠어 마이닝의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22.96% 상승한 주당 11.14%에 마감했다. 2017년 2월 이후 최고치다. 팬 아메리카 실버의 경우 12.08% 급등한 36.3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은값을 추종하는 은 상장지수펀드(ETF) ‘i쉐어 실버 트러스트’는 8.1% 상승했다.

은과 관련해 특별한 호재가 나와서 그런 게 아니다. 갑작스러운 은값 급등은 개미들과 관련이 있다. 최근 주요 공매도 헤지펀드들을 공격하며 게임스톱, AMC, 익스프레스, 베드배스&비욘드 등의 주가를 끌어올린 개인투자자들이 다음 타깃으로 주요 원자재 상품인 은을 지목한 것이다.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 토론방에는 은 매수를 주장하는 글이 대거 올라왔다. 한 투자자는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은값은 온스당 25달러가 아니라 1000달러는 돼야 한다”고 썼다. 레딧 외에 트위터에는 은 매입을 촉구하는 ‘실버스퀴즈(silversquee)’ 문구가 여럿 등장했다. 주말 사이 은 등을 거래하는 온라인 거래소인 머니 메탈스는 홈페이지를 통해 “주문량 폭주 중”이라는 배너를 올렸다.

개미들이 은을 타깃으로 삼은 건 코로나19 이후 돈 풀기 정책 때문으로 읽힌다. 금과 함께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으로 꼽히는 은 가격이 지난해 대폭 상승한 만큼 하락을 예상하고 숏 포지션(매도 포지션)을 구축한 투자은행(IB)들이 적지 않았고, 이에 대항해 다시 개미들이 결집했다는 것이다.

◇주목할 만한 변화 vs 매수 지속성 의문

모하메드 엘 에리안 알리안츠 수석 경제고문은 CNBC에 나와 “개인이 매우 거대한 은 시장을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은 새로운 경향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모두에게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은이 게임스톱과 같은 변동성을 보일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레딧 월스트리트베츠 내에서는 은 매수에 대한 반대 의견은 적잖이 올라왔다. 또다른 회원은 “(실버스퀴즈는) 게임스톱 등의 매수 분위기를 다른 쪽으로 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은의 경우 게임스톱처럼 개미들이 특정 종목에 집중 공격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이날 일제히 오른 선물, 현물, ETF, 은 관련 기업 등 투자 대상이 매우 다양하다. 최근 월가를 달구고 있는 일부 과열주들과 비교해 시장 규모 자체가 비교 불가 정도로 거대하다. 블룸버그는 “개미들의 은 매수세가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 있다”고 전했다.

은과 달리 금값은 소폭 상승했다. 4월 인도분 금은 온스당 0.7% 오른 1863.9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한편 이날 게임스톱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30.77% 급락한 주당 225.00달러에 마감했다. 지난주와 비교하면 다소 잠잠한 분위기였다. 금융정보업체 S3 파트너스에 따르면 이날 게임스톱의 유통주식 물량 대비 공매도 잔량은 53.15%였다. 지난주 한때 140%를 넘었다가 큰 폭 감소한 것인데, 이는 헤지펀드들이 공매도 포지션을 대거 청산했기 때문이다. 지난주보다는 변동성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AFP 제공)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