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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솔 유튜브 동영상 미스테리...그의 노림수는?(종합)

장영은 기자I 2017.03.08 18:10:40

유튜브 통해 40초짜리 동영상 공개…"아버지(김정남) 살해됐다"
정보당국 "김한솔 맞다" 확인…영상 출처 단체 정체 등 미심쩍은 부분도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지난달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22)로 추정되는 인물이 사건 발생 24일 만에 유튜브에 등장했다.

김한솔은 김정남 사건 이후 김정남의 신원을 확인해 줄 ‘키맨’이자 유력한 다음 암살 타겟으로 거론되며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가족들과 함께 행방을 감춰 중국이나 마카오 등지에서 해당 정부의 보호 아래 몸을 숨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 김한솔 추정 인물 “아버지 살해됐다”…북측 반응 떠보기 위한 예고편?

김한솔로 보이는 인물은 8일 ‘KHS Video’이라는 제목으로 게시된 유튜브 영상에서 “내 이름은 김한솔로, 북한 김씨 가문의 일원”이라며 “내 아버지는 며칠 전에 피살됐다”고 말했다.

김한솔로 추정되는 인물이 8일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모습을 공개했다. 그는 “아버지가 며칠 전에 피살됐다”며 “빨리 (이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어머니와 누이와 함께 있다”면서 “빨리 (이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자신의 신분을 증명하기 위해 북한 외교관용 여권을 보이기도 했지만 신상정보가 적힌 페이지를 펴드는 장면은 모자이크 처리돼 이름을 정확히 확인할 수는 없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영상 속 인물은 김한솔이 맞다”고 밝혔다. 다만 영상 속 인물이 김한솔이 맞다는 것일 뿐, 김한솔이 이 동영상을 찍게 된 경위 등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해주지 않았다.

영상은 40초 분량으로 게시자는 ‘천리마 민방위’(Cheollima Civil Defense)로 돼 있다. 천리마 민방위는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달 김정남 피살 이후 그 가족에게서 도움이 필요하다고 요청이 왔다”면서 “급속히 그들을 만나 안전한 곳으로 직접 이동해 드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긴급한 시기에 한 가족의 인도적 대피를 후원한 네덜란드 정부, 중국 정부, 미국 정부와 한 무명의 정부에게 감사를 표한다”면서 “김정남 가족의 현 행방이나 위 탈출 과정에 대한 사항은 이 이상 공개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일단 이번 영상은 일종의 예고편, 북측 반응을 보기 위한 ‘간보기용’인 것 같다”며 “이제 자기 입장을 밝혀야 할 타이밍이라고 본 것 같고, 이에 따른 북한의 입장을 확인할 필요성을 느낀 것 같다”고 분석했다.

◇ 영상 신뢰도·천리마 민방위 정체 두고 의문도 제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김한솔 동영상의 신뢰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우선 아버지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슬픈 기색이 전혀 없는데다 관련해 공정한 수사 등을 촉구하는 입장이 없다는 점도 이상하다”며 “대피 과정에 미국과 중국 정부가 함께 도왔다고 돼 있는 부분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천리마 민방위 홈페이지에 게시된 공지글.
김한솔의 탈출을 도왔다고 나선 천리마 민방위라는 단체의 정체도 확실치 않다. 우리 정부는 물론 탈북자들 사이에서도 이 단체에 대해서는 생소하다는 반응이었다.

양무진 교수는 “천리마와 민방위를 따로 보면 북한식 이름인 것 같지만 둘을 붙여 놓는 조합은 낯설다”며 “굳이 생각해보자면 급조된 해외 탈북자 단체가 아닌가 추측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탈북 인사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천리마와 민방위라는 단어 조합은 북한식으로 생각해봐도 상당히 부자연스럽다”고 전했다.

외교부와 통일부 등 관계 부처 역시 이 단체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천리마 민방위는) 우리가 알고 있는 단체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영상 자체가 조작됐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한편 이 동영상이 북측에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천리마 민방위의 후원금 모집을 위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천리마 민방위 홈페이지의 글을 보고서 이 동영상이 김한솔이 스스로 원해서 찍은 것이 아니라 천리마 민방위에서 김한솔에게 요청해 촬영한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며 “김한솔 가족이 천리마 민방위의 도움으로 망명에 성공했다면 이 단체의 후원자 모집을 위한 홍보 동영상 제작을 김한솔이 거부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봤다.

정 실장은 “이 단체는 해외 체류 중인 북한 간부 또는 주민의 도피, 망명을 돕기 위해 해외 탈북자들이 만든 민간단체로 판단된다”며 “홈페이지에 기존에 도움을 받은 고위 탈북자의 글과 김한솔 가족 망명 관련 글 외에 다른 내용이 없는 점에 비추어볼 때 김한솔 가족의 망명을 계기로 이 단체를 대외적으로 홍보하고 후원자를 모집하기 위해 최근에 홈페이지를 개설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천리마 민방위 홈페이지 화면 하단에는 비트코인을 통한 후원방법이 소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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