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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경찰, '낙원동 붕괴 사고' 조사 착수…전문가 "안전불감증 참사"

고준혁 기자I 2017.01.09 16:14:36

고용노동부·안전보건공단, 사고 원인 등 조사
警, 원청 1곳·하청 2곳 관계자 줄줄이 소환, 업무상 과실치사혐의 적용 검토
전문가들, "안전 규정 제대로 안 지킨 탓"

지난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낙원동 숙박업소 철거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던 포크레인이 매몰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서울 종로구 낙원동 숙박업소 철거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로 인부 2명이 숨진 데 대해 정부가 사고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철거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작업 당시 규정을 제대로 지켰는지, 안전관리 문제는 없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9일 구조 작업이 종료됨에 따라 사고 현장 조사에 들어갔다. 공단 관계자는 “구조 작업을 마친 소방당국이 철수하면서 현장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전날 숨진 인부들이 소속된 황금인력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데 이어 현장소장을 소환해 관리 감독을 제대로 했는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또 철거업체 다윤CNC와 원청인 신성탑건설 관계자를 대상으로 안전관리에 문제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한다. 신성탑건설이 다윤CNC와 도급 계약을 맺고 철거를 진행했고 다윤CNC는 황금인력을 통해 인부를 고용했다.

이날 1차 현장 감식을 하는 등 본격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이번 사고가 ‘인재’일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철거 공사 과정에서 안전의무 등을 지켰는지 파악하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1층 철거 작업을 하고 있던 14.5t굴착기 밑바닥이 꺼지면서 붕괴 사고가 일어난 데 대해 전문가들은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발생한 후진국형 참사의 반복”이란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당시 사고 현장에 있던 일부 인부는 경찰 조사에서 “철거 작업을 하며 1층 바닥 밑에 세운 쇠파이프 기둥이 약해 발생한 사고 같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은 지 30년이 넘은 건물 바닥이 굴착기 무게를 버틸 수 있는지 여부 등 안전 진단를 하지 않은 채 철거 작업을 졸속으로 강행해 발생한 사고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창식 한양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용역 업체가 건축물에 대한 구조적 이해 없이 시간을 절약해 경제적 이득을 최대화 하려고 공사를 빨리 진행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꺼번에 지하층을 부수는 방식이라 지하보강이 필요 없어 현장 관리 소홀이 불러온 ‘인재’(人災)’란 주장도 있다.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는 “지하층을 철거할 때는 일반적으로 위에서부터 바닥을 부숴 아래로 내리는 방식으로 하지 ‘아래층 보강 뒤 철거’식으로 진행하지 않는다”며 “언제든 바닥이 무너질 수 있는 환경에 인부들을 투입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안전 수칙이나 규정은 있지만 사람이 이를 지키지 않아 발생한 ‘후진국형 사고’”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7일 오전 11시 30분쯤 1984년 준공된 지상 11층·지하 3층 규모의 숙박업소 건물 철거 공사 중 붕괴로 매몰된 인부 김모(61)·조모(49)씨가 숨졌다. 특히 김씨는 청각장애인인 것으로 확인돼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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