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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메랑' 된 무역전쟁…美기업 "제품가격 인상"

정다슬 기자I 2018.10.24 17:34:53

캐러필러·3M·UTC "관세 부과로 비용 증가"…가격 인상 예고
소비재 회사인 킴벌리 클락도 가격 올릴 듯
중국 내 소비 둔화, 미 기업 실적에는 '먹구름'

△중국 동부에 있는 산동지방에 걸려있는 미국국기와 중국국기. [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촉발한 무역전쟁으로 생산자 비용이 높아지며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율 관세로 수입 철강 및 알루미늄 가격 등이 높아지자 이를 이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생산 비용이 늘어난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소비재 회사들도 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이는 결국 미 소비자의 장바구니 물가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줄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중장비업체 캐터필러는 23일(현지시각) 3분기 실적보고서에서 주문율 증가와 원자재 가격 인상을 반영해 내년 기계와 엔진 가격을 1~4% 올리겠다고 밝혔다. 핸드폰 액정보호 필름과 스카치테이프를 만드는 3M 역시 관세로 올해 약 2000만달러, 내년에는 1억달러 정도 생산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마찬가지로 내년 가격 인상을 예고한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스(UTC)의 그레그 헤이스 UTC 최고경영자(CEO)는 “궁극적으로 관세는 결국 다른 형태로 소비자에게 전가된다”고 말했다.

소비재 회사도 제품 가격을 올리려고 하고 있다. 크리넥스 등으로 유명한 킴벌리-클락은 “중요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영업이익과 수익률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킴벌리-클락은 펄프 등 원자재 조달에 추가로 소요되는 비용이 6억 7500만~7억 75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유닐레버는 석유와 화학제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도브 헤어 무스 등 뷰티 제품 가격을, 네슬레는 포장과 유통비용 상승을 반영해 미국에서 판매하는 탄산수 가격을 올렸다.

제조업체들의 또 다른 걱정은 그동안 글로벌 수요를 견인해왔던 중국의 소비 둔화이다. 3M은 중국 경기 둔화로 중국에서의 페이스마스크 판매가 둔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클 로만 3M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중국 경기의 둔화 조짐을 보았다”며 “자동차 생산율이 떨어지면서 이에 따른 파급효과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난주 페인트 코팅업체인 PPG인더스트리스도 자동차 수요가 감소하면서 중국에서의 영업실적이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주가 상승을 견인해왔던 강한 성장세가 더 이상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펀드스트래트의 로버트 슬루이머 기술적 분석가는 캐터필러의 주가는 올해 초 고점에 도달했으며 이후 줄곧 횡보했다며 내년 초를 시작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날 캐퍼필드와 3M은 예상치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내놓으면서 각각 7.56%, 4.4% 떨어졌다. 캐터필러는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에 나서면서 인프라 사업이 늘어나며 내년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을 언급했으나 시장은 실망감은 감추지 못했다. 로이트홀트 그룹의 짐 폴슨 수석 전략가는 “기업들은 실적 전망을 약간 낮추기 시작했으며 마진 압력에 대해 말하며 투자자들을 겁먹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조업체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이날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모두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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