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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가 내건 스튜어드십코드…국민연금부터 하반기 도입(종합)

최정희 기자I 2017.05.11 18:08:00

시행 5개월째 도입 기관 `0건`..새 정부와 함께 속도 낼 듯
기업지배구조원, 작년말 원칙 7가지 발표..이달중 해설서 배포
연기금 위탁운용 선정시 `우대혜택` 줘야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코스피의 배당성향(총 배당금/당기순이익)이 20%에서 일본 수준인 50%로 확대되면 코스피 지수는 3000까지 상승할 수 있다.”

최근 노무라증권이 낸 보고서에 나오는 말이다. 이런 신기루 같은 말이 현실화될 수 있을까.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로 거론되는 이용섭 더불어민주당 비상경제대책단장이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신기루 같은 일이 현실화될 수 있단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고 자산운용사들도 하반기를 목표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시행된지 5개월째 단 한 곳도 도입한 곳이 없었으나 새 정부 탄생과 함께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이달중 해설서 나와…“하반기쯤 도입 기대”

이 단장은 지난 8일 “지난 4년간 미국 다우존스 지수는 50.8%, 일본 니케이지수는 83.9% 올랐는데 우리나라 코스피는 3.9%밖에 오르지 못했다”며 “이는 기관투자가들의 역할 미흡, 기업지배구조상의 문제, 낮은 배당 성향 등의 복합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단장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실효성 있게 시행하는 등 자본시장 발전의 걸림돌을 근본적으로 제거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튜어드십코드는 돈을 맡긴 투자자를 대신해 기관투자가가 상장기업의 지배구조에서부터 배당, 감사선임 등 경영에 대한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 투자이익을 보호하는 데 목적이 있다. 쉽게 말해 기업이 많은 이익을 내고도 배당을 적게하는 행위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거나 불합리한 감사 선임에 대해선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식이다.

이러한 스튜어드십코드는 2014년말부터 논의되기 시작해 작년말 기업지배구조원에서 7가지 원칙을 발표하면서 시행에 물꼬를 텄다. 그러나 5개월째 도입한 곳은 0곳. 국내 증시에서 102조원을 운용하는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은 그동안 소극적으로 대응해오다 이달 2일에서야 연구용역 입찰 공고를 냈다. 10월쯤 연구용역 결과가 나올 경우 이르면 내년 3월 주주총회 시즌부터 스튜어드십코드가 본격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등도 지배구조원에 좀 더 구체적인 해설서를 요구했고 원칙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담은 해설서가 이달중 공개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해설서를 바탕으로 각 기관투자자들이 어떻게 적용할지 등을 살펴봐야 할 것”이라며 “빨라야 하반기쯤에야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日·대만 등 주요국 효과 톡톡”

스튜어드십코드는 지난 2010년 영국에서 처음 시작됐으나 독일 캐나다 일본 홍콩 호주 대만 등 10여개국에서 도입되면서 그 효과가 증명됐다. 일본은 2014년 2월 첫 제정돼 작년말까지 214개 기관투자가가 가입했고 이들의 적극적인 주주활동이 일본 기업의 자사주 매입과 배당 등 주주환원정책으로 이어져 니케이225지수 2만원선을 돌파하는 동력이 됐다.

국내 코스피 상장사 배당성향은 지난해 18.9%로 중국(32%) 등 신흥국에 비해서도 상당히 낮은 편이다. 1년 전(14%)보단 4.9%포인트나 상승한 것이지만 40~50%에 육박하는 미국, 대만, 일본 등에 비하면 택도 없이 적은 것이다. 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 역시 관성화된 찬성 문화가 짙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자산운용사 등 집합투자업자 89개사가 코스피 상장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 과정에서 ‘찬성표’를 던진 비율이 무려 96.3%에 달했다. 특히 삼성전자(005930)가 행동주의 투자자 엘리엇 등에 대응해 자사주 소각을 비롯한 분기 현금배당 등의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할 경우 시너지를 낼 수 있단 기대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배당성향을 높여 코스피 3000을 달성하는 것도 헛된 꿈은 아니란 얘기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코스피가 3000선까지 올라가면 주가순이익비율(PER)이 14배인데 우리와 사업구조가 비슷한 대만이 14배”라며 “현재 PER가 대만보다 낮은 것은 배당성향 차이인데 배당이 늘면 자본총계가 줄고 자기자본순이익률(ROE)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어 PER 등이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대만의 2015년 기준 배당성향은 55.4%에 달한다.

주가 뿐 아니라 기업들의 행동도 바뀌게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예컨대 아무리 대주주 지분이 높아도 감사선임에선 의결권이 3%밖에 인정이 안 돼 기관투자자에게 의결권 위임 등을 요청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으나 스튜어드십코드가 도입되면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다. 원 대표는 “감사부터 내부이사 선임까지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할 것들이 많다”며 “오너들이 갖고 있는 비상장사를 상장사와 합병하는 등의 일은 어려워진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관투자가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독려를 위해선 연기금 위탁운용사 선정시 우대 혜택을 주는 등 노력이 필요하단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일본의 경우 세계 최대 연기금인 국민연금기금(GPIF)를 참여시켜 연기금이 운용사 자체 평가시 스튜어드십코드 시행 운용사에 가산점을 주도록 했다. 그 결과 2014년 6월 가입기관이 127개에서 작년말 214개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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