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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회계법인의 대우건설 ‘의견 거절’로 해외 실적 쟁점 부상

이민주 기자I 2016.11.17 18:59:51
[이데일리 이민주 기자]

안진회계 “미청구 공사 자료 미비” vs. 대우건설 “해외부문 산출 어려워”

안진회계법인이 대우건설의 사업 보고서에 대해 ‘의견 거절’을 표명하면서 국내 기업의 해외사업 실적공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안진회계법인의 이번 ‘의견 거절’ 사유가 대우건설의 해외 부문에서의 자료 미비였기 때문이다.

14일 안진회계법인은 대우건설의 3분기 사업 보고서에 대해 “ 공사 수익, 미청구(초과 청구) 공사, 확정 계약 자산(부채) 등 주요 계정 과목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위해 충분하고 적합한 증거를 제시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금액이 큰 공사 수익과 미청구 공사를 살펴보면 해외 부문에서의 실적이 문제가 되고 있다.

미청구 공사의 경우 대우건설은 이번 3분기 보고서에서 6대 사업 부문 가운데 ‘해외 인프라 부문’이 연결 기준 2476억원이 감소해 가장 많은 감소액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해외 인프라란 해외 도로, 교량, 항만 공사 및 상업용 건물 신축 공사를 말한다. 이어, 플랜트(1523억원), 토목(348억원) 부문이 감소했고, 주택, 건축, 발전 부문의 미청구 공사액은 각각 707억원, 237억원, 9억원이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대우건설은 알제리와 모로코에 비료 공장과 발전소, 베트남에 빌라 분양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이 부문의 자료가 안진회계법인측에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의 조문형 상무는 “해외 부문의 자료는 현장의 물리적 여건, 국가간 회계 원칙의 차이, 환율 차이 등으로 입수와 정리에 시간이 걸린다”면서 “안진회계법인측에 통상적인 회계 감사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했으나 추가 자료 전달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공사 수익이란 글자 그대로 공사에서 발생하는 수익(매출액)을 말하는데, 이번 3분기 대우건설 재무제표에서 금액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주택 부문으로 기초 17조 5713억원에서 기말 18조 785억원으로 5014억원이 증가했다. 이는 대우건설의 6대 사업 부문의 공사 수익 증가분 가운데 29.4%를 차지했다. 이어, 건축(19.5%), 플랜트(14.7%), 발전(12.9%), 해외 인프라(12.8%), 토목(10.6%)가 뒤를 이었다.

업계에서는 금액의 비중은 크지 않지만 해외 인프라에서 공사 수익이 문제가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 공사의 경우 최근 엄격한 감리의 영향으로 오차의 여지가 적어졌지만 해외 공사의 경우 정확한 매출액 산정에 어려움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베트남에서 빌라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1차 사업으로 진행했던 빌라(182세대) 사업의 분양 완료로 이번 3분기에 2차(빌라 100세대)를 수익으로 인식했다. 그렇지만 대우건설은 이번 보고서에서 “해외 인프라 부문의 원가 상승 및 주택 부문의 원가하락 요인 등이 있어 3분기말 현재 진행중인 계약의 추정 총계약 원가가 변동됐다”고 밝혔다. 이를 입증하는 자료를 제출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대우조선의 분식회계 파문으로 수주 기업의 감사 기준이 엄격해진 반면 자료 제출의 기한은 예전과 동일해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엄격해진 감사 기준에 맞게 자료 제출 요건을 조정해야 한다”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연결 기준 3분기 매출액 2조 8177억원, 영업이익 976억원, (지배지분) 순이익 431억원을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9% 증가했고, (지배지분) 순이익은 106% 급증했다. 영업이익은 18% 감소했다. /hankook66@edaily.co.kr

[용어 설명] 미청구 공사란?

건설사가 발주처에 대금을 청구하지 못한 미수채권을 말하며, 발주처가 건설사에 공정률을 인정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예를들어 1000억원 규모의 공사를 진행했는데, 건설사가 올해 공정률이 25%라고 계상했는데, 발주처가 20%만큼 진행했다고 하면서 20%에 해당하는 금액만 지급했을 경우, 건설사는 5%를 미청구 공사로 인식한다. 미청구 공사는 매출채권보다 회수기간이 길고 대손 충당금도 설정하지 않기 때문에 리스크가 높은 계정과목으로 분류된다. 또, 대금 회수를 하지 못하면 곧바로 손실로 계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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