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있는 한 '오십보백보'"…이스타 파산 위기에도 LCC株↓

고준혁 기자I 2020.07.23 18:43:34

진에어·티웨이, '하락'…제주항공, 9.5% 솟았다 1.2% 마감
국내선 회복에 반등 기회 있어…中 LCC 이달 16% 오르기도
2Q 적자 예상…티웨이, 국내선 선제 확장으로 그나마 '양호'
"어차피 다 적자…정부 지원 막혀 자체적 자금 확보 나설 것"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제주항공(089590)이 이스타항공 인수합병(M&A)을 포기하면서 이스타항공 파산절차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경쟁 저가항공사(LCC)들의 주가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공급 과잉 해소란 호재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수요 감소 앞에서 무력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체별로 선제적 노선 확보, 비용 감축 등 차별화를 위한 노력을 쏟고 있지만, 전염병 완화로 수요회복이 되지 않는 한 결국 ‘오십보백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스타항공 M&A 무산 발표일, 진에어 등 ‘하락’


2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23% 올랐다. 장 초반 이스타항공 M&A 무산 소식에 9.54%까지 치솟았으나 장마감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상승폭을 반납했다. 진에어(272450)티웨이항공(091810)은 각각 1.93%, 3.75% 하락 마감했다. 이스타항공 M&A가 최종 무산돼 이스타항공 파산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경쟁업체의 주가는 상승이 제한되거나 하락한 것이다.

이날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했다고 공시했다. 지난 3월 2일 SPA를 맺은 지 약 4개월 만이다. 이스타항공이 체불임금 250억원을 포함한 미지급금 1700억원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이 계약 해제의 이유로 꼽힌다. 정부의 중재 노력 등으로 딜 클로징(종료) 시점도 미뤘었지만 결국 무산됐다. 제주항공 측은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파산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이스타항공은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며 유동성 부족 및 자본 잠식 상황을 감안하면 청산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中 LCC 춘추항공, 이달 들어 16%↑

LCC 주가 반등 기회는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스타항공이 청산되면 향후 국토부가 동사가 보유한 슬롯 및 노선을 재분배하는 과정에서 LCC들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어서다. 정 연구원은 “경쟁 강도 완화 기대감이 국내 항공사 주가에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가 사태 초기에 비해 다소 완화돼 국내선 수요가 늘고, 백신 개발 진척 소식에 그동안 눌려 있던 LCC 종목이 반응할 거란 전망도 있다. 실제 국내보다 코로나19가 두 달 먼저 시작됐다가 둔화한 중국의 경우 국내선 이용객이 늘며 LCC 종목 주가가 크게 뛰고 있다. 춘추항공과 길상항공은 이달 들어 이날까지 각각 16%, 7.2% 상승률을 보였다.

김선영 DB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에선 장거리보다 근교 및 중국내 주변 지역 관광 소비가 시작되고 있는 등 일종의 보복소비가 진행돼 향후 3~6개월 간 단기적인 투자전략으로 LCC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컨센서스, 티웨이 비교적 양호하나 ‘도긴개긴’

곧 발표될 2분기 실적을 앞두고 전망이 비교적 양호한 업체는 티웨이항공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티웨이항공의 별도 기준 2분기 영업손실 컨센서스는 540억원이다. 전년 동기 영업손실과 비교해 103.8% 적자폭이 커질 것으로 보이지만 나머지 LCC사에 비해 가장 양호하다. 같은 기간 제주항공의 2분기 영업손실 전망치는 832억원, 진에어는 266억원으로 각각 200.4%, 138.3% 줄어든 수치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티웨이항공은 코로나19 이후 국제선 수요 감소 추세에 따라 국내선 노선 확장을 했던 게 적자폭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또한 국제선이 거의 셧다운된 상태에서 제주항공 등에 비해 절반가량 항공기를 운영하고 있었던 점이 되레 고정비 부담을 줄여 상대적 이득을 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이라 이스타항공 파산이나 업체별 실적 차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가에 큰 영향은 없을 걸로 분석된다.

양 연구원은 “이스타항공이 상반기 영업을 거의 안 했기 때문에 파산한다 해도 LCC들에게 돌아가는 실질적 혜택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적자폭에서 차이가 난다고 해도 어차피 모두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으로 도긴개긴인데다, 버티기가 중요한 시점에서 정부가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을 LCC에 배정하지 않을 걸로 보여 모두 자체적으로 향후 자금 확보에 나설 확률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스타항공 파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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