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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發 글로벌 식량위기 우려 확산

방성훈 기자I 2020.05.14 18:28:01

세계 각국 수출·수입 봉쇄로 전세계 식량공급망 차질
가격 급등에…"30개국 1.3억명 기근 직면" 우려
생산국 "남아도 못팔아"…수입국 "비싸서 조금밖에 못사"

/ AFP PHOTO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코로나19발(發) 글로벌 식량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전 세계 식량 공급망이 완전히 단절됐기 때문이다. 식량 생산국들은 수확한 곡물을 팔지 못해 창고에 쌓아두고 있다. 반대로 수입해야만 하는 국가들에선 식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더 심각한 상황이 우려되는 곳은 부족한 곳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을 인용, 올해 말까지 최대 30여개국 1억3000만 명이이 기근에 직면하는 전 세계적인 식량 위기가 촉발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아리프 후세인 WFP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과거엔 (식량위기의) 원인이 수요나 공급 둘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번엔 공급과 수요가 동시에 원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WSJ은 “풍성한 수확철, 가장 식량이 풍부해야 할 시기에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해 식량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다”며 “각국의 수출 규제, 운송 및 가공 중단 등으로 한 쪽에선 곡물이 남아 썩고 있는 반면, 다른 한 쪽에선 굶주림을 호소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지역을 더 큰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부연했다.

식량을 생산하는 국가도 수입하는 국가도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나가는 길과 들어오는 길을 모두 막아놓은 것이 식량위기 촉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컨설팅 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여객기의 85%가 멈춰섰으며 화물항공 수송능력도 약 35% 감소했다.

베트남을 비롯해 미얀마와 캄보디아 등 주요 쌀 생산국들이 지난 3월부터 쌀 수출을 중단했다. 주요 밀 수출국인 러시아도 오는 7월까지 수출을 금지했다. 이들 국가의 생산업자들은 남아도는 곡물을 창고에서 썩게 놔두거나 폐기하며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더 우려되는 곳은 식량이 ‘필요한’ 쪽이다. 공급 물량이 제한되면서 전 세계 곡물 가격이 솟구치고 있기 때문이다. 쌀 인덱스는 그동안 톤당 220선을 유지하다 최근 250선까지 올랐다. 200선을 밑돌던 밀 인덱스도 최근 230선까지 상승했다.

수입국 식량 가격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 2월 이후 남수단 수도 주바의 밀 가격은 62% 폭등했다. 타피오카로 알려진 카사바 가격도 41% 상승했다. 인도 첸나이에선 감자 가격이 2월 이후 27% 올랐고, 미얀마 양곤에서는 병아리콩 가격이 20% 상승했다. 파키스탄에선 식료품 가격이 25% 넘게 급등했다.

관광이나 원유판매 수익 등에 의존하는 개발도상국 또는 저소득 국가들은 달러화로 식량을 구매해야 하는데 코로나19에 따른 국제유가 및 통화가치 하락으로 예전보다 더 비싸게 식량을 사들여오고 있다. 자국민에게도 비싸게 내놓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들 국가 국민들은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로 소득이 줄어든 상황에서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식량이 줄어들고 있다. 결과적으로 점점 더 굶주리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한 주민은 “가족들을 먹이는 것도 쉽지 않다. 이제는 하루에 한끼만 먹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근 들어 세계 각국이 하나둘씩 봉쇄조치를 풀기 시작하면서 물류 문제가 해소되고 나면 공급 차질 및 가격 안정 문제는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얼마나 오래 걸릴지는 알 수 없다고 WSJ는 내다봤다.

신문은 또 “코로나19 확산이 기존 식량 재고뿐 아니라 파종과 수확에까지 영향을 끼칠 경우 글로벌 식량위기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위기를 겪은 곡물 생산업자들이 다음 철 생산을 중단하거나 대폭 줄일 경우 공급난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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